[책 한 모금] 여유로움과 노련미를 지닌 동네 ‘아는 동네 아는 연희’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우리 주변 익숙한 동네의 삶과 문화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는 매거진이다. 여덟 번째 시리즈의 주제는 ‘연희동’이다. 연희동을 바탕으로 일과 삶을 지켜온 주민과 이방인, 골목 곳곳에 자리한 개성 강한 카페와 빵집, 세월이 묻어나는 단독주택과 사러가 쇼핑센터, 그리고 동네를 감싸는 공원과 숲길, 골목여행 코스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연희동만이 지닌 여유로움과 노련미의 이유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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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에는 3개의 크고 작은 산과 7개의 공원이 있다. 생활권과 인접한 동네 뒷산과 무장애 숲길이 끝없이 펼쳐지는 덕에 누구나 편하게 숲을 거닐 수 있고, 동네 곳곳에 산재한 공원 덕에 골목을 걷다 잠시 벤치에 앉아 동네 정취를 느끼기 좋다. 연희동 남쪽에서부터 궁동산 정상과 둘레길에 조성된 궁동근린공원이 차례로 이어지고 증가로 위 육교를 지나면 작은 안산이라 불리는 안산근린공원과 만난다. 자연사박물관과 서대문구청 뒤쪽으로는 안산자락길이라 부르는 안산도시자연공원이 펼쳐진다. <56쪽>


연희동은 좋은 동네다. 물론 그 배경으로 경제적 풍요나 산과 강을 끼고 있는 지리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연희동은 좋은 동네로 나아가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둘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묻는다면 소프트웨어다. 우리가 어떤 공간을 만들 때 가구의 배치, 조명의 위치나 밝기, 창의 크기 등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 공간에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 어떤 대화를 주고받고, 어떤 풍경을 만들지는 알 수 없다. 좋은 공간이란 결국 여러 계층과 세대의 경계 없이,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73쪽>


연희동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이웃한 신촌이나 홍대에서 볼 수 없는 널찍한 주택 골목이 이어지고, 주택가 담장 위로 방긋 고개를 내민 꽃들이 인사하는 곳. 2명의 전직 대통령을 퐇마한 상류층 거주지라는 부촌 이미지도 연희동다운 동네 분위기를 만든다. 오래된 공방과 갤러리를 구경하고,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단골 제과점에 들러 빵 하나를 고르다 보면 어느새 연희동의 느릿한 리듬에 빠져든다. <154쪽>

아는동네 아는연희 | 어반플레이 편집부 지음 | 어반플레이(URBANPLAY) | 192쪽 | 1만7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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