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황두열 기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인해 1억원이 넘는 돈을 빼앗긴 40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일부 수금책을 검거한 경찰은 해당 조직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나머지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 오후에 부산 영도구의 한 도로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40대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차량을 살펴보니 극단적 시도를 한 흔적이 발견됐으며 유서는 없었다”며 “A 씨의 주변인을 조사한 결과 최근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밝혔다.
주변인의 진술처럼 A 씨의 극단적 선택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도 넘은 사기 행각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A 씨는 지난 2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금융기관 관계자로 소개한 전화 상대는 A 씨에게 “현재 가지고 있는 대출금보다 훨씬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주겠다”며 기존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다.
기존 대출금 이자를 부담스러워하던 A 씨는 전화 후 주변인에게 돈을 빌렸다.
그러자 금융기관이라고 소개한 일당은 “대환대출을 위해선 신용보험에 돈을 맡겨야 한다”며 A 씨에게 돈을 직원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A 씨는 일당의 지시에 따라 지난 2월 21일 부산 사하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2400만원을 전달했다.
이후 일당은 A 씨를 부산, 경북, 구미, 안동, 대구 울산 등 자신들이 돈을 받기 편한 장소로 불러 “관련 서류를 작성하라”, “돈을 전달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
경찰은 현재 A 씨로부터 현장에서 돈을 건네받은 수금책 30대 여성 B 씨 등 2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일당은 조사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으며 일부는 조사 과정에서 A 씨가 숨진 사실을 듣고 오열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검거된 일당이 범죄 행위라는 사실을 알고도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하고 사기와 사문서위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A 씨 이외에 피해자가 10여명 정도 더 있고 피해액도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나머지 일당의 뒤를 쫓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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