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스마트폰이나 냉장고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의 기판 위에 좁쌀처럼 박혀 전기저항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MLCC의 크기는 쌀 한 톨의 250분의 1에 불과하다. 정교하지 않은 칼날이 MLCC의 회로를 잘못 자를 경우 전기를 제어하지 못해 제품의 불량이나 화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MLCC 가공 기술은 까다롭다. 초정밀 레이저 가공기업 21세기 김성환 대표는 "전자제품이 소형화되면서 MLCC 등을 가공하는 초정밀 레이저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며 "우리 회사는 초정밀 레이저 응용기술 분야에서 독일과 일본을 능가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21세기는 초정밀 레이저 가공기업이다. 일반 그라인딩 칼날에 펨토초(1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 레이저 기술을 융합한 ‘초정밀 절단 칼날’을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라인딩 칼날은 마찰 방식으로 절단해 칼날 끝에 열을 발생시켜 칼날 수명이 짧았다. 21세기는 칼날 끝에 레이저를 조사(照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칼날 가공 시 열 영향을 최소화했다. 김 대표는 "그라인딩 칼날과 초정밀 절단 칼날을 비교할 경우 제품의 수명은 최소 4배까지 차이가 나고 커팅의 품질도 우리 제품이 2.5배 더 매끄럽다"고 말했다. 회사는 진공척(초박막 필름을 벗겨내고 쌓는 데 사용하는 부품)에 사용하는 마이크로 홀(미세구멍) 레이저 가공기술도 개발했다. 스마트폰, 전기차 등 안전도가 중요한 고품질 MLCC 분야에서 21세기의 ‘칼날’ 점유율은 90% 이상, ‘진공척’ 점유율은 60% 이상으로 각각 국내 1위다.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국내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기다.
김 대표는 직업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절삭 특수공구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다가 26년 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엔 자동차 부품 생산에 사용되는 절삭공구를 주로 생산했지만, 시장성을 고려해 2000년대 중반부터 전자부품을 가공하는 절단공구 생산으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MLCC를 양산하는 삼성전기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구멍을 뚫어줄 수 있냐는 의뢰를 받은 후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초정밀 공장기계 전문회사를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얻고 연구한 끝에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홀 레이저 가공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초정밀 레이저 절단 칼날, 진공척을 넘어 2차전지 박막 커팅 등 기술 적용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도 매년 매출액의 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초정밀 레이저 응용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5%에 불과한 2차전지 가공 점유율을 끌어올려 5년 내 매출액 5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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