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맥주를 한 곳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게 확실한 장점이죠. 아쉽지만 전부 마셔볼 순 없으니 평소 좋아하는 IPA 위주로 시음해보고 있는데 마실수록 맛있는 게 너무 많아서 어떤 걸 사가야 할지 너무 고민됩니다.”
‘제4회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가 지난달 31일부터 사흘 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열렸다. ‘다양성을 마시다(Drink Diversity)’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된 올해 행사는 참가자들이 저마다 특색 있는 제품을 앞세워 방문객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었다. KIBEX는 양조장, 수입·도매사, 프랜차이즈 등 전 산업의 밸류체인을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맥주 전문 박람회로 올해는 120개사, 200여부스 규모로 열렸다.
이번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문 곳 중 하나는 행사장 중앙에 가장 큰 규모로 차려진 미국 크래프트 맥주 전시관이었다. 주한미국대사관 농업무역관이 미국 양조자협회(BA)와 함께 마련한 미국 부스에는 8개 수입사와 23개 양조장이 참가했는데,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라거와 IPA 제품은 물론 화이트 품종인 샤르도네 와인과 버번 위스키 배럴 숙성 제품, 피클·블루베리 맛 제품까지 양조장별 특색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준비돼 관람객들이 끊임없이 줄을 서고 시음을 이어갔다.
전혜림 주한미국대사관 농업무역관 담당관은 “미국의 수제맥주 시장이 워낙 크고 다양하다보니 한국에서도 더 많은 분들이 더 다양한 미국 맥주를 경험해보셨으면 해서 참가했다”며 “수입제품의 홍보부터 미수입 제품의 수입지원 업무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다양성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만큼 각 지역의 양조장별 특색이 묻어 있는 제품을 찾아 즐기는 재미도 있었다. 경북 안동지역의 ‘안동맥주’는 지역 농산물을 어떻게 개성 있게 맥주에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안동맥주 관계자는 “밀맥주 ‘오드아이’에 안동의 특산물 생강을 사용해 특유의 스파이스한 맛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보리 등 맥주 원재료의 국산화에 집중한 제품도 눈에 띄었다. 전북 군산시 ‘군산맥아’ 부스에는 지역 내 4개 업체가 8개 제품을 들고 참가했다. 군산시는 맥주보리 품종 개발부터 재배단지 조성, 맥아 가공까지 지역 농민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선우 군산시 먹거리정책과 주무관은 “군산부터 부안, 김제, 고창 등의 양질의 보리를 사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맥주들을 더욱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 외의 주종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국 최초 프리미엄 크래프트 진(GIN)’을 표방하는 ‘부자진’ 부스에는 최근 증류주의 인기를 반영하듯 젊은 남성 참가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부자진은 경기 양평군에서 유기농 허브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영국·싱가포르 등에서 증류 기술을 익힌 아들이 함께 진 레시피를 개발해 부자진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20대 관람객 A씨는 “사실 진은 마셔본 적이 별로 없어 다른 제품들이랑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향이나 맛이 생각보다 훨씬 풍성해서 앞으로 좀 더 관심이 갈 것 같다”고 평가했다.
KIBEX는 맥주 콘텐츠 전문회사 비어포스트와 맥주·주류 분야 전문 전시 컨벤션 기업인 GMEG가 공동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제맥주협회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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