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슈+] 애물단지에서 우크라 수호성인이 된 '재블린' 미사일

러 탱크 280대 격파, 우크라 방어전 주력무기
5세대 신형전차 강국 러, 정작 자국군 전차부족
美, 유럽 등 서방에서는 재블린 재고확보에 비상

[이미지출처=세인트재블린닷컴]

[이미지출처=세인트재블린닷컴]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며 선전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무기로 미국과 서방에서 지원해준 대전차 무기인 '재블린(Javelin)'이 손꼽히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에서는 '수호성인(守護聖人)'으로까지 묘사되고 있는데요.


사실 미국과 서방국가들에서는 최신 5세대 전차가 개발되면서 퇴역을 눈앞에 둔 구식 무기였지만, 이번 전쟁으로 새롭게 효용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전차 강국으로 군림해온 러시아군의 예산 및 장비부족, 부정부패에 따른 조달문제 등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물단지 무기에서 '성 재블린'으로
FGM-148, 통칭 재블린 미사일의 발사모습[이미지출처= 미 육군 홈페이지]

FGM-148, 통칭 재블린 미사일의 발사모습[이미지출처= 미 육군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계 캐나다인 크리스찬 보리스가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 구호기금 모금운동인 일명 '세인트 재블린(Saint Javelin)'이 한달 만에 전세계에서 100만달러(약 12억)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인트 재블린은 크리스트교 성경에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 성인이 재블린 미사일을 들고 있는 이미지로 스티커를 만들어 판매하고 이 수익을 우크라이나 구호기금으로 쓰고 있는 모금운동인데요.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재블린 미사일은 러시아의 침공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수호성인으로 묘사되며, 재블린 발사기가 '성녀의 요술봉'으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서방이 지원해준 재블린을 이용해 러시아 탱크를 280대 이상 격파한 것으로 알려졌죠. 장갑차와 보급차량 등을 합치면 1300대 이상의 러시아 군용차량을 파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재블린 미사일의 대당 가격은 8만달러(약 1억원) 정도고, 러시아제 탱크의 대당 가격이 약 40억~100억원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러시아군은 엄청난 손실을 입은 셈입니다. 이러한 재블린의 성과에 서방 정보당국들도 크게 놀랐다고 하는데요. 이미 구형 무기로 취급돼 퇴역을 앞두고 있던 재블린 미사일이 러시아 탱크를 이렇게 많이 격파하리라곤 생각치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러, 재정문제로 구형탱크만 몰고와...재블린에 격파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재블린 미사일의 공식 명칭은 'FGM-148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Anti tank missile)'입니다. 1985년 미 국방부가 레이시온, 록히드마틴 등 방산업체와 함께 개발해 1996년부터 실전배치된 무기로 개발된지 40년 가까이 된 오래된 무기죠.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퇴역을 앞둔 무기였습니다.


2000년대 이후 개발된 최신 5세대 전차의 경우에는 재블린 같은 대전차무기를 사전에 감지해 요격할 수 있는 '능동방호체계(APS)'가 갖춰져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이 기술 자체를 개발하고 가장 선두적으로 발전시켜온 국가가 러시아였기 때문에 개전 이전까지는 재블린 미사일이 이렇게 큰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고 하죠.

그러나 막상 개전 이후 상황은 달랐습니다. 러시아가 APS 장착이 안된 옛 소련제 탱크들을 대거 선봉에 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재블린이 매우 효과적인 무기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이죠. 우크라이나군은 전장에서 재블린의 러시아 탱크 격추율은 90%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최신예 전차를 앞세우지 못했던 이유는 예산문제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BBC에 따르면 이번 전쟁에서 선봉에 설 것으로 예상됐던 러시아의 T-90이나 T-14 아르마타 등 최신전차는 전장에서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당 가격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 탱크들은 러시아 국방부에서도 높은 가격으로 보유량이 많지 않아 출격 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죠.

美·유럽 재블린 확보전 치열…생산확대가 관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그동안 애물단지 취급해왔던 재블린 미사일의 생산을 크게 늘려야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 보내준 재블린 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면서 대규모 추가지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죠.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사에 최근 재블린 확보를 위한 추가 주문에 들어갔으며, 생산라인 확충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미국 내 재블린 생산량은 연간 한 6000발 정도인데, 우크라이나에서 하루 소요치로 500발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재고가 부족할 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과 서방에서 개전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재블린의 규모는 약 1만7000발 이상인데 전쟁 한달 만에 대부분 소진됐다는 것이죠. 또한 재블린의 효능을 본 폴란드와 발트3국,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도 앞다퉈 재블린 미사일 지원과 주문을 요청하고 있어 앞으로 재고 및 추가 생산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