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韓 아닌 필리핀 선택한 이유는?[과학을읽다]

필리핀 정부, 지난달 31일 "스타링크 서비스 곧 시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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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서비스가 아시아에선 필리핀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가 된다. 스타링크 위성인터넷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기존 지상망의 마비ㆍ부재시 대안으로 떠올라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아시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인 한국이 아닌 필리핀을 선택한 이유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3일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뉴스'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지난달 31일 필리핀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광대역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아시아 최초의 국가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이를 위해 필리핀에 전액 출자한 자회사를 설립 중이다. 또 초기엔 3개의 게이트웨이를 설치해 현재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지역을 상대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와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11월 필리핀 투자 유치단이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계약 및 서비스 개시 등 세부적인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지난달 21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외국인이 100% 지분을 갖는 공공서비스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필리핀 정부는 "스페이스X 측과 공공서비스법 서명 후에 연속된 만남을 갖고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스페이스X 측이 사업 허가 신청서를 접수해 처리 중이며, 게이트웨이를 설치할 위치를 방문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라몬 로페즈 필리핀 무역ㆍ재무부 장관은 "스타링크 시스템은 기존의 광대역 인터넷망을 강화하고 보완할 것"이라며 "영세 중소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온라인 학습, 온라인 상거래ㆍ소매금융 등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서비스의 아시아 최초 개통 대상 지역으로 필리핀을 선택한 것은 지리적 특성과 기존망 상황 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필리핀은 수만개의 섬으로 이뤄져 기존 지상 광대역 인터넷망이 굉장히 열악하고 사각지대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다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의 장점을 극대화해 시장 지분 확보도 용이할 수 있다.


한편 전기자동차 테슬라와 '화성탐사'를 위한 우주탐사 업체 '스페이스X'로 유명한 미국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2014년 "우주에 인터넷 통신 위성을 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며 스타링크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2335개의 소형 통신 위성을 쐈고, 이중 2110개가 궤도에 올라가 있다. 앞으로 1만개 가량을 추가 발사할 예정이다. 2020년 초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상인터넷망이 일부 마비되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스타링크 서비스 개통을 요청해 머스크가 흔쾌히 응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불 타는 탱크나 산산히 부서진 민간 아파트ㆍ병원 등 전장의 참상이 이같은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서비스를 통해 생중계된 최초의 대규모 전쟁이다. 이후 러시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면서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전쟁의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전세계 구독자 수가 25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스페이스X는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단말기 및 구독료를 10~20%씩 인상하는 등 '노젓기'에 나선 상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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