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무역수지와 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0일까지 3대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384억9천66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4% 증가했다. 원유 수입액이 69.8% 늘었고 가스 수입액은 92.0%, 석탄 수입액은 150.6%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2022.3.28 ji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지난달 무역수지가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교역망이 불안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고유가 상황이 길어질수록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무역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1월부터 3월까지 무역적자 규모는 40억4000만달러다. 수출이 1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값 상승 탓에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다. 실제 원유(72%), 가스(200%), 석탄(441%) 등 주요 수입 에너지 값은 지난해보다 대폭 올랐다. 산업부 관계자는 "배럴당 110달러 수준의 고유가가 지속되는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에너지 수입액이) 지난달 수입 급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다. 국제유가는 올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이슈로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달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한 때 14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고유가 여파에 수입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며 교역 조건은 악화일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역 조건을 보여주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87.69로 11개월 연속 떨어졌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00 이하면 수출품이 수입품보다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값 급등까지 겹쳐 무역적자 기조도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무역 조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향후 무역수지가 흑자를 내도 올 2월과 같은 ‘반짝 흑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이미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나빠지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해 외국 자금 이탈을 부를 수도 있다.
이에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전날 정부에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정부는 오는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할당관세 적용 품목 확대 등 정부가 내놓을 추가 대책에도 이목이 쏠린다.
산업부는 수출기업을 위해 무역금융 제공, 물류바우처 대상 확대 등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유례 없이 급등한 에너지 값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이달 근소한 차이로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면서 "무역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 장관은 "원유·가스 등 에너지원과 반도체 희귀가스를 포함한 공급망 핵심 품목도 안정적 수급을 위해 면밀히 동향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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