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LG 창업주 다닌 지수초…'K-기업가정신센터'로 탈바꿈

경남 진주 옛 지수초등학교 부지
'K-기업가정신센터' 개소

젊은 'K-기업가정신'으로 2012년 창업해 지역농가 돕는
오천호 에코맘의산골이유식 대표

'K-기업가정신센터' 본관 앞에 우뚝 솟은 '부자소나무'. 이 학교 1회 입학생인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 효성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함께 심고 가꾼 나무로 전해진다.

'K-기업가정신센터' 본관 앞에 우뚝 솟은 '부자소나무'. 이 학교 1회 입학생인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 효성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함께 심고 가꾼 나무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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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29일 찾은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옛 지수초등학교 부지. 방어산(523m)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그 산자락 아래 남강의 물줄기 하나가 휘감고 지나가는 그야말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이었다. 이곳 2층짜리 학교 본관 앞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주변 여느 건물보다 높게 솟아있다. 팻말을 보니 '부자소나무'란다. 1921년 지수초가 개교할 당시 1회 입학생인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 효성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함께 심고 가꾼 나무로 전해진다. 이 나무를 보고 부자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에 후대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병철·구인회 배출한 지수초, 'K-기업가정신' 메카로

2009년 폐교한 지수초 터를 13년 간 외롭게 지켜오던 부자소나무가 새로운 가족을 맞는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29일 지수초를 'K-기업가정신센터'로 탈바꿈시켜 공식 개관했다. 지수초는 1980년대 100대 기업의 창업주 33명을 배출한 학교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창업주들 손에서 커온 나무가 이제 그들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을 지키고 전파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하게됐다.


센터는 교육동(본관)과 부대동 두곳으로 운영된다. 본관 1층은 전시관으로 꾸몄다. 제1전시관 주제는 'K-기업가정신의 뿌리'로 진주시 지수면에 위치한 승산마을에 대해 다룬다. 마을 역사와 주변 경관, 국내 유명 기업 창업주가 이곳 어디에 거주했었는지 등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여준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위치한 승산마을.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위치한 승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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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산마을은 600여년 전부터 김해 허씨 집성촌으로 300여년 전 능성 구씨를 사위로 맞으며 허씨와 구씨가 명맥을 잇고있다. 구인회 회장과 GS그룹 창업주 허만정 회장이 이들의 후손이다. 이병철 회장이 지수초에 다닐 때 거주했던 그의 매형 허순구씨 집터도 이 마을에 있다. 이 밖에 쿠쿠전자 창업주 구자신 회장 생가와 LIG그룹 창업주인 구자원 회장 본가도 이곳에 있다.


제2전시관은 'K-기업가정신의 숲'을 주제로 한국경제 100년사와 한국 기업의 역사, 글로벌 기업과 유니콘 기업의 기업가정신 등을 소개한다. 관람객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기업가정신 유형을 알아보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센터는 앞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승산마을 투어, 센터 전시장 체험, 인근 산청군 소재 한국선비문화연구원 탐방 등 교육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할 계획이다. 또 센터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는 맞춤형 교육도 지원할 방침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앞으로 현장 체험중심 교육과 참여형 소통 콘텐츠, 비대면 콘텐츠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성찰·경영·사회적 책임을 핵심 주제로 커리큘럼을 구성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 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K-기업가정신센터' 전시장 내부.

'K-기업가정신센터' 전시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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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K-기업가정신' 대표하는 에코맘의산골이유식

중진공은 센터 개소 외에도 그동안 현장에서 한국 특유의 기업가정신을 일궈내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을 지원해왔다. 그 중 하동군 소재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오천호 대표(40)의 기업가적 열정과 중진공의 경제적 지원의 합이 키워낸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지리산 해발 500m에 위치해 있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곳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평사리 최참판댁이 차로 5분 거리다. 구불구불한 S자 도로를 수십번 돌아 공장에 도착하니 직원들은 바쁜 일과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천호 에코맘의산골이유식 대표.

오천호 에코맘의산골이유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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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2012년 설립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죽집을 운영하던 오 대표가 죽에서 이유식의 아이디어를 얻어 귀농해 만든 기업이다. 하동지역 125개 이상 농가로부터 신선한 친환경 농산물을 매입해 이유식·간편식·실버푸드 등을 생산한다. 국내를 비롯해 베트남·말레이시아·미국 등 17개국에 이유식을 수출하고 있다. 사업 첫해 매출 1억원에서 2018년 66억원, 지난해엔 130억원까지 성장했다. 직원수는 55명이다.


오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중진공으로부터 7000만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던 게 큰 힘이 됐다"면서 "2020년 제조 현장을 스마트화 할 때도 10억원을 지원받는 등 그동안 수차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진공의 '제조현장스마트화자금' 지원을 통해 경사식 니더, 로봇설비, 자동충진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이후 생산량이 하루 5만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진공저온조리(sous-vid) 라인 구축을 통해서는 생산성도 5배 이상 증가했다.


에코맘의산골이유식 공장 내부에 설치된 설비. 곡물을 선별하고 세척하는 과정을 거친다.

에코맘의산골이유식 공장 내부에 설치된 설비. 곡물을 선별하고 세척하는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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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는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을 단순 기업이 아닌 마을 공동체로 키우는 게 꿈이다. 현재 모든 직원이 회사에서 마련한 기숙사 등 공장 인근에서 거주중이다. 회사 직원이자 이웃주민인 셈이다. 오 대표는 "최근 지방소멸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이곳이 직원들의 마지막 고향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고향은 우리가 지킨다는 각오로 회사를 더욱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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