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0조달러(약 1경2235조원)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화가 끝났다고 단언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세계화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진단하는 등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촉발된 세계화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CNBC에 따르면 핑크 CEO는 10쪽짜리 주주 연례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를 재편하고 기업들이 기존 공급망에서 후퇴하게 함으로써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난 30여년간 경험한 세계화를 끝내버렸다"고 밝혔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세계 경제는 빠르게 통합됐다. 러시아의 가스 수출량은 1992년부터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년까지 8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은 러시아 가스 수입 중단을 선언했고, 유럽연합(EU)도 2027년까지 러시아 가스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잇달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맥도날드의 지난 8일 러시아 매장 영업 중단 선언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언급한 황금 아치 이론도 깨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프리드먼은 맥도날드의 M자형 로고에 빗대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선 나라 사이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런스 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탈세계화 세력을 준동시켰다"며 "탈세계화는 심각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핑크 CEO는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자본시장에서 완전히 고립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기업과 정부는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좀 더 폭넓게 살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업장을 자국 또는 해외의 가까운 곳에 둘 것이라며 결국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핑크 CEO는 이 같은 대규모 공급망 재편은 본질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핑크 CEO는 멕시코, 브라질, 미국, 또는 동남아시아의 주요 제조업 국가들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해를 보게 될 국가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핑크 CEO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핑크 CEO는 단기적으로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 대체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탄소중립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이 지체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시대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결정적으로 화석연료 가격 상승이 친환경 에너지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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