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주요 기업들이 올해 채용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시채용과 이공계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주요 고용 정책인 '일-경험 기회 제공'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고 답한 기업이 셋 중 두 곳꼴이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302개사를 조사해 이런 내용의 '2022년 기업의 채용트렌드' 자료를 발표했다. 고용 회복세는 나타나겠지만 수시채용, 이공계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게 핵심이다.
우선 조사 기업 79.8%가 올해 고용시장 전망에 대해 '고용규모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69.2%)되거나 '더 늘 것'(10.6%)이라고 답했다. 대졸 신입 채용 시장에 대해선 기업의 80.1%가 '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71.9%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20.7%는 늘리겠다고 각각 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위축됐던 고용시장이 주요 대기업의 채용규모 확대로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위기 등 경영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어 극적인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목할 점은 수시 채용, 이공계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기업들이 내다봤다는 사실이다. 올해 채용경향에 대해 기업의 62.6%가 '대규모 공채보다 수시채용 비중이 확대'를 핵심으로 꼽았다. '이공계 인력 채용 확대'(54.9%), '신입보다 경력직 선호'(52.1%), '비대면 채용전형 도입·지속'(44.7%), '미래산업 분야 인재 채용 증가'(36.6%) 등이 뒤를 이었다. 대졸신입 채용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으로는 '직무 관련 경험'(64.9%)을 꼽았다. 이어 '직무 관련 지식'(57.0%), '태도·인성'(53.6%), '관련 자격증'(12.3%) 등 순이었다. '어학능력'(3.6%), '학력·학점'(3.6%) 등의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기업이 바라는 최고의 인재상은 '전문성'(52.6%)과 '소통·협력'(44.7%) 갖춘 인재로 나타났다. '성실함'(26.5%), '열정'(15.6%), '도전정신'(13.6%) 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학점과 어학점수가 중요했던 공채가 저물고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이 확산되면서 인턴 등 실무 경험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학부 시절 다양한 직무관련 경험과 직무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갈수록 직무 역량이 중요해지지만, 정작 채용시장에서 취업준비생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늘진 않을 전망이다.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에 대해 기업의 64.2%가 '취지는 공감하지만 여건이 안 된다'고 답했다. 반면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필요'(28.1%)하거나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7.0%)고 답한 기업은 35.1%에 불과했다. '기업 역할이 아니다'(0.7%)라고 답한 곳도 있었다. 응답 기업의 29.8%만 청년들에게 인턴제 등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일-경험제도는 '채용전환형 인턴제'가 68.9%로 가장 많았다. '체험형 인턴제'(22.2%), '일학습병행제'(11.1%), '대학생 현장실습 프로그램'(10.0%)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청년 일-경험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한 기업들과 함께 '대학생 일·경험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대학생이 기업의 현장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직무역량을 높이고 진로탐색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변화된 채용 트렌드는 저탄소·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가속화될 것"이라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 현장과 교육 현장 간의 미스매치를 좁혀나가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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