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2번은 찍었는데, 임대료 오를까봐 걱정돼 죽겠어."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60대 장모씨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용산 이전 공약에 대해 "정권교체한다는 마음으로 찍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걱정이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청와대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결정된 20일, 청와대가 들어오는 용산 국방부 청사 인근 상권은 술렁였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임대료 상승 등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했다.
이전 대상 부지로 도보 10~15분 거리에는 ‘용리단길’이 있다. 주말이라 거리는 한산했지만 데이트를 하러 나온 커플들이 삼삼오오 보였다. 용리단길은 용산의 노포와 신생 맛집이 함께 어우러져 2030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이곳 상인들은 청와대 이전에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강모씨는 "솔직히 안 왔으면 좋겠다. 대체 왜 오는 것인지 이유를 알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강씨는 "주변이 번잡해지고 도로도 통제될 것"이라며 "시위라도 열리면 환경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상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임대료다. 청와대 이전으로 사람들이 몰리면 건물주들은 그만큼 임대료를 올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전국호프연합회 대외협력이사 김영규씨는 "코로나19로 다들 몇 년간 장사를 못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니 상권은 살아나지 않겠느냐"라면서도 "다만 사람이 늘어난 만큼 바로 임대료를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용리단길에 들어오는 새 카페나 음식점들은 이태원 등 근처 유명 상권보다 비교적 싼 권리금을 노리고 들어온다. 이들에게 임대료 인상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태원만큼은 아니지만 권리금이 싼 편이라고 할 수 없다"며 "특히 식당들이 권리금을 많이 달라고 한다. 많게는 1억원을 달라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일단 사람이 몰리니 상권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용리단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어차피 용리단길은 인근에 회사가 많아 평일 장사 하는 곳"이라며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상권도 살아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방부 바로 앞 상권도 상인들의 의견이 반으로 갈렸다. 삼각지역 1번출구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20대 이모씨는 "아직 청와대가 들어오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느낄 수 없다"면서도 "시위라도 열리면 앞에 경찰버스도 깔리고 할 텐데 분위기가 험악해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5년째 한식당을 운영 중인 유모씨는 "국방부에서 500명 나가고 청와대에서 500명이 들어오는데 상권은 변화 없이 그대로 아니겠느냐"며 "상권은 별 영향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곳에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이 술렁일 뿐"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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