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잔혹하기로 악명높은 체첸 자치공화국 병사들을 용병으로 고용해 대거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파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간인 피해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두차례에 걸쳐 전쟁을 벌였던 체첸에서 러시아를 돕기 위해 병력을 파병한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재 체첸을 지배 중인 독재자 람잔 카디로프는 지난 15일 텔레그램을 통해 밝힌 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하기 위해 체첸 전사들을 파견했다"며 "키이우를 비롯한 큰 도시를 쉽게 점령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가 키이우 인근인 호스토멜에서 군인들과 만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알려지면서 직접 참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러시아의 참전 요청에 따라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수뇌부들을 암살하고 전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파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체첸이 과거 옛 소련 붕괴 이후 2009년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러시아와 두차례에 걸쳐 전쟁을 벌였던 것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가지 않는 파병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현재 체첸의 독재자인 카디로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사람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체첸이 친 푸틴세력의 중심지로 바뀌게 된 것은 1999년 시작됐던 2차 체첸전쟁 이후부터로 알려져있죠. 2차전쟁 당시 체첸은 반러세력이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중심이 된 '이치케리야 체첸 공화국'과 친러세력인 체첸 공화국으로 갈라졌고, 2009년 이후 이치케리야 체첸세력은 러시아의 강압적인 토벌작전으로 거의 소멸됐습니다. 이후 체첸 지역은 러시아 연방 내 자치공화국이 됐는데요.
특히 해당 전쟁에서 이치케리야 체첸에 대한 강경 작전을 주장한 당시 푸틴 총리는 집권세력이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대선에서 물리치고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됐습니다. 그의 20년 넘는 집권의 원천이 체첸과의 전쟁에서부터 시작된 셈이죠. 이후 현재까지 친러세력인 체첸 자치공화국과 독재자 카디로프는 푸틴의 강력한 지지세력이자 최측근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체첸군의 참전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체첸군은 과거 체첸전쟁 때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푸틴 정권의 주요 용병으로 시리아 내전 및 아프리카의 주요 내전에 참전한 경험이 많은 용병부대이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매우 잔혹한 진압작전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과거 1999년 체첸이 인접 자치공화국인 다게스탄과 국경분쟁이 발생해 침공했을 당시 군인과 민간인들을 가리지 않고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는데요. 당시 적군이던 러시아군에 대해서도 무차별 학살을 벌이면서 러시아 내 강경 진압론이 확산된 주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체첸의 도시 진압전략은 주로 민간인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인종청소'를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이러한 체첸의 작전을 두고 '체첸클리어(Chechen Clear)'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러시아의 무차별 민간인 거주지역 폭격에 피해가 커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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