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1일 개정 '경찰법'의 시행으로 별도의 자치경찰청이나 자치경찰서 조직의 신설 없이 자치경찰사무(생활안전·교통·여성청소년 등)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분산하는 모형(소위, 일원화 모델)을 기초로 한 자치경찰제가 전국에 도입됐다.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새롭게 설치된 자치경찰위원회가 제주경찰청의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며 점차 치안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제주는 주요 치안 통계를 살펴보면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전국 제1의 관광지이자 인구 10만 명당 치안 수요(5대 범죄·교통사고·112신고)가 전국 1위인 지역이다.
이와 같은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생활안전 분야의 치안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인 지역안전 지수는 전국의 광역지자체 중에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찰 인력과 장비는 치안 수요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어 범죄예방 및 교통안전 등 도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다른 시·도에 비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전국 일원화 모델의 자치경찰제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6년부터 운영 중인 제주도청 소속 자치경찰단을 폐지하는 것으로 논의됐으나 국회의 치열한 논의 끝에 일원화 모델이 도입돼 자치경찰위원회가 설치되더라도 자치경찰단을 존치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에 따라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하에 제주경찰청 자치경찰부서(생활안전·교통·여성청소년)와 제주자치경찰단 양 기관이 동일한 자치경찰사무를 수행하게 돼 제주도에 일명 ‘이중적 자치경찰체계’가 운용되기 시작했다.
제주의 ‘이중적 자치경찰체계’라는 유례없는 제도는 자칫 업무중복에 따른 혼란과 비효율적인 업무처리 등을 발생시켜 도민 및 지역 안전 확보 노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제주경찰청과 자치경찰단 간 명확한 업무 분담과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각자의 영역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면 제주의 치안안전망은 지금보다 크게 확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경찰청과 제주특별자치도(제주자치경찰단) 간 명확한 업무 분담을 하도록 명시돼 있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제주경찰청 간 사무분담 등에 관한 업무 협약’을 개정해 치안행정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상호간 긴밀한 협의와 소통을 통해 치안 협력체계를 새로 구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 협약은 지난 2008년에 최초 제정된 이후 2014년에 한 차례 개정했으나 지난해 자치경찰제가 시행돼 치안체계의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별도의 개정 없이 운영되고 있다.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하는 등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제주경찰청은 연초부터 전 기능이 합심해 ▲교통 관련 자치경찰단 책임구역(보호구역 등 교통안전시설 설치 도로) 지정 ▲자치경찰단 중점 업무 수행장소(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상 도내 공원 등) 확대 ▲여성청소년·생활질서 분야의 자치경찰단 역할 분담 등의 주요 내용을 담은 ‘업무 협약’ 개정안을 마련했다. 제주도청 및 자치경찰단과의 본격적인 협의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치안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산간 지역에 인접한 자치경찰단(행복치안센터)을 24시간 운영체계로 전환하고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112신고에 대응하는 방안도 ‘업무 협약’ 개정안에 담았다.
제주경찰청과 자치경찰단 간 치안정보·통계를 상시 공유하고 유·무선망을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마련하여 양 기관 간 치안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고자 한다.
제주도는 국내 유일의 ‘이중적 자치경찰체계’를 운용 중인 만큼, 치안행정을 운영함에 있어 일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각 기관 간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도민과 지역의 치안만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삼아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간다면 협업과 분담이 어우러져 보다 촘촘한 치안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제주도의 치안시스템을 한 단계 발전시킨 ‘제주형 자치경찰체계’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주형 자치경찰제’로 나아가는 첫 걸음인 업무 협약 개정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제주자치경찰단), 제주특별자치도 의회, 제주자치경찰위원회 그리고 도민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