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지난 13일 오전 0시 30분, 서울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3번 출구 인근에는 100개 넘는 노란 천막이 빼곡히 들어섰다. 거리 한편에는 주정차단속을 피하기 위해 꼬리물기 주차를 한 시장 상인들의 승합차가 줄을 이었다. 이곳은 이른바 ‘짝퉁메카’로 불리는 가품 시장, 새빛 시장이다.
이날 새빛 시장에는 친구들과 온 2030 남성들, 커플, 아이를 동반한 가족 등이 양손 가득 구매한 물품이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친구들끼리 온 20대 남성은 들뜬 목소리로 "찐(정품)으로 샀으면 한 1000만원 썼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품목도 옷, 시계, 향수, 모자, 신발 등 다양했다. 정가 1880만원인 롤렉스 서브마리너 청판 콤비는 14만원이었다. 금색과 파란색의 조합, 시계 안쪽 ‘서브마리너’와 롤렉스 각인까지 정품과 굉장히 비슷하게 구현해 언뜻 보면 구별하기 어려웠다. 30만원짜리 이자벨 마랑 후드티는 6만원에, 톰브라운 가디건은 3만원에 살 수 있다. 옷의 경우 상표뿐만 아니라 안쪽에 태그 등도 달려 있었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열풍에 맞춰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지갑과 가방을 파는 매장은 특히 인기가 많았다. 루이비통 반지갑은 정품과 똑같이 생긴 케이스에 보증서도 함께 제공했다. 가품 골프웨어를 판매하는 곳에는 4050이 몰렸다. 상인들은 PXG 바지, 스커트 등을 4만원에 판매했다. PXG 스커트를 보던 50대 여성이 "입어 보면 좋겠는데"라고 말하자 상인은 "언덕 위로 올라가면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입어 봐도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손님이 줄고 단속이 강화되면서 상인들은 예민했다. 천막 옆에서 흡연하던 상인은 "오늘은 장사가 영 안 된다. 전기값이나 벌었다고 생각해야겠다"고 푸념했다. 상표법 108조에 따르면 가품 판매는 상표권 침해 행위로 엄연한 위법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숍, 개인 간 거래 등으로 가품 거래는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위조상품 신고 및 제보 건수는 2018년 5557건에서 2019년 6864건으로 증가하고 2020년에는 1만6935건으로 크게 늘었다. 명품 커머스 플랫폼 트렌비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위탁 판매를 맡긴 1만8321건의 명품 제품을 검수한 결과 391건(약 2.13%)의 상품이 가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가품이 가장 많이 발견된 브랜드는 구찌(25.8%)와 루이비통(22%)이었다.
새빛 시장 가품 단속은 중구청 관할이다. 일주일에 2~3회 단속을 나가고, 단속에서 적발된 제품은 모두 압수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직원이 3명밖에 없어 일주일에 2~3일 단속도 힘들다"며 "단속을 해도 상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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