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후 교체될 금융 공공기관 임원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이 인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데, 정권마다 반복되던 ‘낙하산’ 논란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금융 공공기관 7곳(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IBK기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주택금융공사·서민금융진흥원)의 임원 절반이 이미 임기가 끝났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다. 상임기관장을 비롯해 감사·이사·비상임이사 80명 중 48.7%에 달하는 39명이 바뀔 예정이다.
가장 많은 임원이 교체되는 곳은 캠코다. 캠코가 가장 최근에 공시한 지난 1월 임원현황 자료에 의하면 16명 중 11명(68.7%)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 특히 기관과 수장을 견제하는 비상임이사의 경우 8명 중 이동열 비상임이사를 제외한 모두가 교체를 앞두고 있다. 당장 안태환·임춘길 비상임이사의 임기가 오는 4월 22일 끝난다. 홍영 상임이사는 이미 지난해 11월14일 임기가 만료됐다.
신보는 기관장이 임기만료를 앞둔 상태다. 2018년 6월 임명된 윤대희 신보 이사장은 오는 6월 4일 자로 임기가 끝난다. 이 밖에도 한승희·서종식 비상임이사는 지난 1월 30일 임기가 종료됐고, 김상준 비상임이사는 8월, 홍동호·신순철 비상임이사는 12월에 끝난다. 다른 기관도 최소 2명에서 최대 6명의 임원이 바뀔 예정이다.
관건은 고질병처럼 되풀된 낙하산 인사 여부다. 역대 대통령들은 후보 시절 이전 정권을 비판하며 낙하산 근절을 외쳐왔다. 그러다 막상 대통령직에 오르면 가까운 사람에게 자리를 나눠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첫해 공공기관장 102명중 58명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으로 채웠다. 이를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해 기관장 125명 중 78명을 ‘서수남(서울대·교수·영남)’으로 갈아치웠다.
문재인 대통령도 19대 대선 후보로 양대 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는 정책협약을 맺고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역시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로 불리는 낙하산 인사가 속출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5년간 금융 공공기관에 임명된 친정부·친여당 관계자만 63명이다.
올해 인사는 차기 대통령으로 뽑힌 윤석열 당선인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금융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공영방송인 KBS 인사와 관련된 질문에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킨다? 저는 안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유세 기간에는 선거캠프에서 ‘청와대 전속 근무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구인공고 글이 돌면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지만 "캠프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개정된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공운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라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이사회는 노동자 대표의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이사 1명을 선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낙하산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많은 사람이 도와줘 당선됐는데 낙하산 배제는 현실정치에서 어렵고 어느 정도껏 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적어도 기관장이나 감사처럼 중책을 맡아야 하는 자리만이라도 출신과 배경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를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선자가 자기의 뜻에 맞는 사람을 뽑아야 자신의 국정 철학을 펼칠 수 있으니 정치권·캠프 출신의 인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능력과 전문성 없이 무작정 내려보내는 낙하산을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문성만 있다면 잡음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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