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피고발 사건 공공수사2부 배당… 관건은 '허위라는 점 인식' 여부

"尹 합격자 1000명일 때 사시합격" 발언으로 고발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호남 기자 munonam@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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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시민단체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고발한 사건이 선거사건 전담 수사부서에 배당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유 전 이사장이 '윤 후보는 합격자가 1000명일 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자신의 발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발언 당시 인식했는지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대표 이종배)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및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유 전 이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사건이 선거·정치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공공수사제2부(부장검사 김경근)에 배당됐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 후보보다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두 사람의 사법시험 합격에 대한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는 300명 뽑을 때 두 번 만에 합격했고, 윤 후보는 1000명 뽑을 때 아홉 번 만에 합격했다'고 두 사람을 비교하며, 이 후보의 강점은 머리가 좋은 것이고 윤 후보는 지적으로 뛰어난 것 같지 않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실제 이 후보가 합격한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 수는 300명, 윤 후보가 합격한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 수는 287명으로 오히려 윤 후보가 합격할 당시 합격자 수가 더 적었다.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건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 때부터다.


고발인은 이 같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방송 등에서 후보자나 가족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를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허위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벌칙) 2항에 해당한다며 유 전 이사장을 고발했다.


일단 유 전 이사장의 발언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객관적 구성요건은 모두 갖춰진 셈이다.


문제는 주관적 구성요건이다. 과실범이 아닌 한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인식과 의사를 의미하는 '고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나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의와 더불어 각각 '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 '사람을 비방할 목적' 등 고의 이외의 주관적 요소(초과주관적 구성요건요소)가 필요하다.


유 전 이사장이 방송에서 문제의 발언을 할 당시 이 후보와 윤 후보를 비교함으로써 이 후보를 당선되게 하고, 반대로 윤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지능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나 윤 후보가 아홉 번 만에 합격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은 윤 후보가 이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머리가 나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였고, 결국에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건은 윤 후보가 합격할 당시 최종 합격자 수가 1000명이 아니라 이 후보가 합격할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점을 유 전 이사장이 알면서도 방송에서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발언한 것인지다.


수사 과정에서 유 전 이사장은 자신은 그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거나,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듣고 사실인 줄 알고 방송에서 얘기했다는 식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은 고의를 판단할 때 범죄의 구성요건이 되는 요소들에 대한 명백한 인식이나 범행에 대한 뚜렷한 의도를 가질 것까지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이른바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을 통해 비록 범행 당시 정확히 알지는 못했더라도 알 수 있었을 경우까지 고의의 인정 범위를 확대해왔다.


가령 살인할 의도는 없이 중상만 입힐 목적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둔기로 강하게 내려친 경우 가해자의 진짜 속마음에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폭행치사죄나 상해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될 수 있다. 둔기로 얼굴을 가격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하고도 이를 감수하고 범행에 나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조사 과정에서 유 전 이사장이 해당 발언을 하게 된 동기와 관련 정보를 취득한 루트 등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정이 고려되겠지만, 연도별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인 만큼 검찰의 수사의지에 따라 유 전 이사장이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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