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적금 대란에 가입대상 청년들이 은행 지점으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2주간 모두 가입조치’를 발표했지만 증폭된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한 모양새다. 고질적인 애플리케이션(앱) 오류 문제로 불편함을 겪자 아예 지점에서 가입하겠다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A은행 지점은 전일 청년희망적금 가입 희망자가 몰려 곤욕을 치렀다. 비대면으로도 가입 가능한 상품이지만 현장가입을 원하는 청년이 하루 새 부쩍 늘어나면서다. 통상 고령자가 고객의 80~90%를 차지해왔는데 이날은 점심시간인 11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수십명의 청년들이 창구를 찾았다.
이에 해당 지점은 자체적으로 청년희망적금 가입희망자를 별도 공간으로 안내했다. 기존 고객의 응대가 어려워지자 업무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부지점장이 직접 나와 5분 간격으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창구에서 대기하지 마시고 따로 말씀해 달라"고 소리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B은행 지점은 이날 하루에만 청년희망적금 계좌개설 업무 88건을 처리했다. 비대면·디지털 금융에 익숙한 청년세대가 현장 지점에서 수십건의 계좌를 개설한 건 이례적이다. 출시 첫날인 21일에는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40명 정도였다. 하루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C은행에서는 서울 시내 지점 5곳 중 1곳은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로 인해 한때 업무가 지연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C은행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 가입을 위해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업무 처리를 위한 별도의 매뉴얼은 없다"고 설명했다.
청년희망적금 가입희망자가 굳이 지점을 찾는 배경에는 물량소진에 대한 우려가 있다. 상품 출시 전 가입대상을 조회하는 미리보기 서비스 이용자가 주요 은행에서 150만명을 넘어섰고, 출시 당일에도 예상보다 많은 가입자가 몰리면서 혼선을 빚었다. 출생연도에 따라 가입하는 5부제 때문에 뒤 순번에 해당하는 이들 사이에서 "우리 차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형성됐다.
은행 앱이 트래픽 폭증으로 먹통이 되면서 불편함이 커진 영향도 있다. 당시 일부 은행에서는 앱에 접속할 수 없거나 가입과정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등의 오류가 발생했다. 여기에 수만명에 달하는 고객이 한 번에 접속하면서 대기시간도 1시간 넘게 소요되자 ‘차라리 지점에 가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첫날 비대면 가입을 시도했던 1996년생 권수진씨(가명)는 "동갑 친구들이 모인 단체 메신저 방에서 성공한 사람이 없자 이럴 거면 점심에 은행을 다녀오자는 얘기를 했다"고 토로했다.
첫날부터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곧바로 은행에 당일 한도와 상관없이 조건을 충족하면 신청을 받으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38만명의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계획된 사업이지만 예상보다 가입 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입 대상이 되는 데도 지원 인원이 한정돼 가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없도록 앞으로 2주간 신청하는 청년들의 가입을 모두 허용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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