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물리적 충돌시 인플레 가속화…저소득·저개발국 타격 우려

옥수수·밀 주로 수출하던 중동·아프리카 등 사회불안 야기 우려
일각서는 코로나19 등 악재 대비 영향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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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물리적으로 충돌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가 생산하는 천연가스, 석유 뿐 아니라 니켈, 팔라듐 등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는 동시에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옥수수·밀 곡물 수출이 끊기거나 급감할 우려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유럽이 천연가스의 약 40%, 석유의 25%를 러시아에서 얻는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NYT는 "이미 치솟고 있는 유럽의 난방 및 가스요금의 추가 상승으로 유럽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각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급을 줄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 1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인 135.7을 기록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공급국으로, 우크라이나 생산량까지 더하면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5% 가량을 차지한다. 이집트나 터키의 경우 전체 밀 수입량의 70%를 이들 국가로부터 사들인다. 터키의 경우 이미 50%에 가까운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식품과 전기료 등이 추가 상승하면서 부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물가 상승에 취약한 저소득·저개발 국가에 이 같은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던 우크라이나의 밀과 옥수수 수출량의 40%는 중동이나 아프리카로 향한다. 레바논의 경우 밀 소비의 절반 가량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이안골딘 교수는 "인플레이션에 가장 취약한 것은 빈곤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식비와 난방비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누구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나 자동차 등에 쓰이는 팔라듐, 철강과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의 수급 문제로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채질한다. 세계 최대 광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공급을 조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서방은 푸틴 대통령이 보복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늘리는 등 유럽에 미치는 영향을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발(發) 타격은 코로나19와 같은 악재와 비교하면 그다지 파괴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NYT는 "러시아는 1억4600만명의 인구와 거대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지만, 중국과 비교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고문이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제외하면 세계경제에서 엄청나게 중요하지는 않다"며 러시아를 '큰 주유소'에 비유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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