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벼랑 끝 中企] 생존 위해 바꾸려니 막막

디지털전환 투자 단행 후 유동성 위기 겪는 기업 늘어
中企 디지털 성숙도 41.4점…16.7%만 전략적 준비
대기업과 격차 더 벌어져…종합 맞춤 정책 지원 절실

[디지털벼랑 끝 中企] 생존 위해 바꾸려니 막막 원본보기 아이콘


#. 부산에 위치한 표면처리 관련 부품 회사 금문산업은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추진하다 자칫 회사 문을 닫을 뻔한 위기를 겪었다. 2015년 스마트팩토리 투자를 시작해 2017년 마무리 단계였지만 금융권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듬해 기업회생신청을 해야 했던 것이다. 지난해 회생절차가 종료되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스마트팩토리 전환 과정에선 여전히 여러 어려움과 맞닥뜨리고 있다. 금문산업과 같은 표면처리 업체는 장치산업이다보니 기존 설비를 거의 해체하다시피 해야 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스마트 장비를 설치하기 위한 공간 등도 문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도 약품 보조 탱크 등 여러 장비에 대한 허가를 새로 받으려면 공장을 가동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 회사 김문식 대표는 "스마트팩토리 지원 제도는 많이 있지만 현장에선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며 "대기업은 전문적으로 하는 부서와 인력이 있는데 중소기업은 외부 기술자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 만큼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벼랑’에 내몰렸다.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유로 디지털전환에 투자를 단행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팬데믹으로 산업 전분야에서 빨라진 디지털전환 속도를 채 따라가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전환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하는지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으로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에겐 디지털 전환은 허울좋은 얘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中企 66% 디지털전환 손 놔=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41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의 디지털 성숙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디지털 성숙도는 41.4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16.7%의 기업만 전략적으로 디지털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65.5%의 중소기업은 디지털화 전략을 준비하지 않고 있었다. 내수기업으로 한정하면 디지털화 전략을 준비한 곳은 10.5%로 더 떨어졌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중소벤처기업 사업 구조전환 대응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한 기업 중 디지털전환으로 코로나19 이후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곳은 20.6%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전환 없이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고,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계기도 됐지만 이 변화를 좇을 여력이 없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게 업계의 현실인 셈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 10곳 중 7곳(73.1%)은 디지털전환을 포한한 사업 구조전환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조전환 경로설정 단계부터 진단·컨설팅을 통해 체계적·종합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커지는 대기업과 디지털 격차…맞춤형 정책지원 절실=이 같은 현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디지털 격차가 앞으로 더욱 커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결국 디지털전환에는 비용이 드는데 큰 기업은 비용을 감당하겠지만 작은 기업일수록 점점 어려워진다"며 "대기업 중심이 아닌 전산업 디지털 대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전환에 대한 중소기업의 마인드를 바꿔주는 것, 경제적 측면의 지원, 시스템적 지원이 고루 이뤄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디지털전환이 전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우리 경제의 주춧돌인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대표적인 중소기업 디지털전환 사업인 스마트팩토리의 경우 자본 투자가 필요해 작은 기업이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규모가 큰 기업만 가능하다보니 실제 국내 제조기업의 스마트팩토리 도입 비중은 3.9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전환은 생산요소를 노동에서 자본으로 바꾸는 것으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며 "작은 기업일수록 대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높이는 맞춤형 지원,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