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30% 이상이 휴업, 사실상 폐업 상태이고, 코로나19로 더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생존대책을 빨리 마련해달라"
지난 10일, 청와대 앞, 개성공단 전면 중단 6주년을 맞아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기자회견에서 기업인들의 절박한 호소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또 "2016년 2월 10일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공단 폐쇄로 첫 번째 사형선고를 받았고, 2주 전 헌법재판소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합헌 결정으로 두 번째 사형선고가 내려졌다"면서 "정부의 잘못을 기업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2004년 6월 18개사가 첫 입주한 개성공단은 이후 2009년 남측 근로자 억류 후 석방,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과 노동자 철수 등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유지돼 왔다.
특히, 2013년 9월에 134일 만에 재가동하면서 남북은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정부는 같은 해 2월 공단 가동을 중단했고, 이에 북한은 공단 폐쇄로 맞받았다.
험난한 남북관계, 복잡한 국제정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겠으나, 어쨌건 약속은 우리 정부가 먼저 깼고 그러한 국가의 정책적 결정으로 기업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당연히, 정부에 의한 피해보상은 진행되었지만, 그것이 충분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입주 기업들의 피해는 정부 신고기준 9649억원, 정부의 실태조사로 파악된 피해액은 7861억원이었고, 정부는 2016년 4687억원, 2017년 660억원 등 총 5347억원을 지원했다. 이마저도 사실상 대출성격의 경협보험금이어서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되면 되갚아야 한다. "공단 중간기간 동안의 무이자 대출이지, 이게 무슨 보상이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월27일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해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꽉 틀어 잠긴 공장 문에 아예 못질까지 해버리는 비인도적인 행위로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박근혜 정부의 공단 중단 조치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는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재산권 제한이나 재산적 손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중단조치가 헌법 규정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각하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들은 어느 기업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정부의 잘못을 기업인에게 떠넘기는 나쁜 나라".
규제 완화, 절차 간소화가 많이 진행됐고, 중소기업 옴부즈만 등의 활동성과에서도 볼 수 있듯 정부의 기업 경영환경 개선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이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크고, 개성공단 사태는 그 대표적 사례다.
대선주자들이 앞 다퉈 경제 공약을 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의 불안 없이 운영되고 성장하도록 돕는 방안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누가 언제쯤 저 개성공단의 닫힌 문을 다시 활짝 열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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