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산책] 바늘이야기 - 뜨개인 사로잡은 상점

서대문구 연희동 뜨개질 상점 '바늘이야기'
뜨개질 매력은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유튜브 '바늘이야기 김대리' 운영으로 큰 인기
"취미활동 넘어 뜨개 문화 확산시키는 것 목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뜨개 상점 '바늘이야기'/사진=강주희 기자 kjh818@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뜨개 상점 '바늘이야기'/사진=강주희 기자 kjh818@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길거리에서 사 먹는 붕어빵, 어묵 같은 간식들, 차가워진 손을 녹여줄 손난로, 방구석 전기장판 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시청하는 겨울풍경을 담은 영화 같은 것들.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칼바람이 살갗을 파고들어 몸은 한껏 움츠러들고 마음까지 썰렁해지는 이 계절을 조금이나마 견디게 해주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품목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빼놓기 어려운 것이라면, 뜨개질이다. 이 대목에서 나이 많은 사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하지만, 뜨개질은 노소를 가리지 않는 인기 아이템이다. 털실과 바늘로 한 땀 한 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뜨개질을 하다 보면, 털장갑, 목도리, 니트 등 겨울나기에 빼놓을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이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하나의 작품을 비로소 완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뿌듯함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사람들이 뜨개질을 즐기는 이유다.

이런 뜨개질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바늘이야기'를 찾았다. 번화가인 홍대입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주택가인 이곳은 뜨개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이른바 '핫플레이스'를 찾는 인스타그래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활동에 제약받지 않는 뜨개질을 새로운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입소문을 타게 됐다고 한다. 온라인상에선 '뜨개인'이라는 말도 종종 눈에 띈다.


바늘이야기의 주된 사업은 뜨개 용품을 판매하는 것이지만, 5층 규모로 만들어진 연희점은 사실상 뜨개질을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에 가깝다. 1층은 뜨개질에 필요한 여러 종류의 털실과 바늘 등 재료를 판매하는 상점이고, 2층에는 차와 커피를 마시며 뜨개질할 수 있는 카페가 마련돼 있다. 3층엔 뜨개질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 4~5층엔 스튜디오와 사무실이 있다. 뜨개질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한 건물에서 모두 할 수 있는 셈이다.


1층 매장에서 판매하는 털실들./사진=강주희 기자 kjh818@

1층 매장에서 판매하는 털실들./사진=강주희 기자 kjh818@

원본보기 아이콘


바늘이야기의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부였던 송영예 대표는 태교로 처음 뜨개질을 시작했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송 대표는 취미를 살려 뜨개질을 업으로 삼는다. 처음엔 오프라인 매장 없이 인터넷을 통해 뜨개 용품을 파는 쇼핑몰로 출발했지만, 이후 점차 사업 규모가 커져 일산, 서울 이대, 명동 등에서 매장을 운영하다가 현재는 파주와 연희동에 터를 잡았다.

송 대표의 딸이자,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보경 대리는 연희점을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편의점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뜨개질이라고 하면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취미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런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김 대리는 "뜨개질을 자잘한 소일거리, 별거 아닌 취미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래서 일부러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층고도 높게 하고 상품을 진열·배치하는 것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리의 말처럼, 바늘이야기 연희점의 또 다른 포인트는 실로 꾸며진 감각적인 인테리어다. 매장 1층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 층고만큼 높은 선반이 있고, 따뜻한 톤의 색을 띠는 실이 그라데이션 형태로 진열돼 있다. 방문객들이 인증 사진을 찍는 연희점의 트레이드마크다. 김 대리는 "최근엔 20대 등 젊은 세대도 많이 방문해주신다. 뜨개질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취미라는 걸 알릴 수 있게 된 것 같아 자부심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바늘이야기 1층. 진열되어 있는 털실과 샘플./사진=강주희 기자 kjh818@

바늘이야기 1층. 진열되어 있는 털실과 샘플./사진=강주희 기자 kjh818@

원본보기 아이콘


여기서는 뜨개질을 배울 수 있는 강의를 진행한다. 원데이 클래스가 아닌, 최소 10회 이상 체계적으로 뜨개질을 배우도록 집중 강의를 한다. 빠른 시간에 완성하기 어려운 뜨개질의 특성에 맞게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김 대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뜨개질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 노력, 정성을 들여 작품을 하나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이 정말 크다"며 "달리기를 한다고 인생이 크게 나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자기만족을 얻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뜨개질 초보자를 위한 유튜브 강의 채널도 운영한다. 김 대리가 가게를 홍보할 목적으로 가볍게 시작한 유튜브는 현재 구독자가 무려 23만명을 넘을 만큼 뜨개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5만1000명에 이른다. 김 대리는 "유튜브 영상을 찍을 때 초보자의 눈높이에서 상세히 설명하는 편이다. 저도 초보였기 때문에 어디서 막히고 어려운지 안다"라며 "그런 점을 보고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단순히 즐기는 취미 활동을 넘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자립할 수 있는 분야로 뜨개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마냥 물건을 파는 것보다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 매장을 만들고 유튜브를 촬영할 때 젊은 감각을 더하려고 노력한다"며 "젊은 사람도 뜨개질을 해도 어색하지 않게 되도록 앞으로도 뜨개 문화를 알리기 위해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소소한 취미로 머물렀을 뜨개질을 하나의 트렌디한 문화로 이끈 바늘이야기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