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조형주 기자]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광주 화정동 아파트가 붕괴된 지 7일차가 됐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른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 뿐만 아니라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생업을 강제로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인근 상인들도 여전히 악몽을 꾸거나 심각한 불안 증상을 호소한다고 한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재난심리회복지원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17일 현재까지 상담을 받거나 예정인 사람은 총 19명이다.
이 상담은 각종 재난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고 후휴증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신청은 사고 현장이나 전화로 접수하면 된다. 이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석·박사 전문상담사가 '맨투맨 상담'을 진행하며 상담 시간은 1회에 1시간가량이다. 상황에 따라 10여 차례 더 진행될 수도 있다.
이날도 붕괴된 상층부의 안정성 확보 미흡으로 사고 수습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스트레스는 갈수록 쌓여만 가는 모습이다.
주변에서 꽃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8)씨는 "사고가 난 이후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있다"며 "고층 건물이나 크레인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 수색·구조 현장에서는 상층부에서 강풍 영향으로 콘크리트 등 잔재물 낙하로 수색 활동이 여러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오일록 초록나무상담센터장(59·여)은 "상담자들은 주로 2차 붕괴 위험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직접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색·구조가 늦어지다보니 현장 인근에는 무사 귀환을 바라는 '노란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제발 무사히만 오세요', '돌아오길 기도합니다' 등 정성스럽게 적힌 글귀들은 행인들의 지나가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있다.
한편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201동 건물의 23~38층 외벽 등이 무너져내려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작업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연락 두절됐다. 이들은 붕괴한 건물의 28∼34층에서 창호, 소방설비 공사 등을 맡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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