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선거를 앞둔 주요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정부조직 개편’을 공약하고 있어,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어떤 형태로든 국정운영 방식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조직 개편이 실제 원하는 효과를 낼 것인지 치밀한 검토보다는 후보 간 ‘경쟁’ 차원으로 발표되는 측면은 우려의 목소리를 낳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시한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은 기획재정부 해체다. 기재부가 가진 예산 편성 기능을 청와대 직속으로 놓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권한 분리는 금융당국 개편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실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11일 "(금융) 감독기능과 소비자보호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밝혀 금융 감독 체계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후보는 이외에도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여성가족부를 페지하고 아동과 가족·인구 등 사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 신설 계획을 밝혔다. 윤 후보는 이 후보와 반대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통한 청와대 권력 분산 기조를 갖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도 공약 중 하나다. 모두 현 권력기관들의 모습을 크게 바꾸는 방안들이다. 과학기술 대통령을 표방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과학기술, 미래산업, 디지털 정보통신, 4차 산업혁명 등을 담당하는 과학기술부총리 설치를 약속했다. 이 후보도 이름만 조금 다를 뿐 과학기술 분야를 아우를 부총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원회 활동 없이 출범했던 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행정자치부와 통합하고 일부 부처의 명칭을 변경하는 수준의 제한적 개편을 단행했다. 그나마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한 게 가장 큰 변화였다. 이에 비해 현재 대선을 뛰고 있는 후보들은 정권교체나 기존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대대적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것이다. 조직이 개편되면 국정 운영 방식도 크게 바뀌게 된다. 이 후보의 기재부 해체는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 상승을 의미한다. 윤 후보의 개편 방향은 내각 중심이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반복되는 대대적 조직 개편은 당장 공직사회의 혼란과 정책 연속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여소야대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아, 정부 출범 후 ‘개점휴업’ 상태를 상당 기간 거치기도 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조직 개편을 해서 결과적으로 얻어야 할 내용이 무엇이냐는 콘텐츠부터 확실히 하며 개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내용이 따라가지 않고 형식만 바꾸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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