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코미디쇼 'SNL 코리아'가 거침없는 정치 풍자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섰다. 대선후보와 배우자의 특징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대선판의 논란들을 유머있게 풍자한 것이 인기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첫 공개된 SNL 시즌2는 정치 풍자를 담은 '콜드 오프닝' 코너로 문을 열었다. 콜드 오프닝 1회에서는 여야 대선후보와 그들의 배우자들을 패러디했다. 특히 김건희 씨로 분한 배우 주현영이 김씨의 머리 스타일과 말투를 똑같이 따라해 화제가 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을 맡은 배우 김민교는 윤 후보의 '도리도리' 습관을 따라하며 "제가 이렇게 도리도리 보니까 아드님은 어디 가셨나, 그런 생각을 한다 이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분한 배우 권혁수는 "저희 아들이요? PC방에 가지 않았을까요?"라고 답했다. 상습도박 의혹을 받으며 논란이 됐던 이 후보의 아들 문제를 풍자한 것이다.
지난 2일 공개된 콜드오프닝 2회에선 김씨의 허위경력기재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를 패러디했다. 주현영은 김씨의 중단발 머리와 검은색 정장, 흰 블라우스 등을 똑같이 따라한 채 "사실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에요. 제가 남편을 처음 만난 날 무뚝뚝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로만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씨의 발언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당시 김씨는 "제가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자신감이 넘치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그런 남편이 저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됐다"라며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다.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너무나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공개된 'SNL 코리아' 시즌2의 '주 기자가 간다' 코너에서는 배우 주현영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유튜브 '쿠팡플레이' 영상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또 열정 넘치지만 서투른 '인턴기자' 캐릭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주현영은 대선 특별기획 '주 기자가 간다' 코너로 정치인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2일 공개된 영상에서 주현영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밸런스 게임'을 통해 질문을 던졌다. '나이도 어리고 하는 행동도 어린 후보 VS 하는 일 없는데 지지율 높은 후보' 중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를 선택해달라는 질문에 나경원이 전자를 택하자, 주현영은 곧바로 "이준석 대표에게 영상 편지를 띄우라"고 주문했다.
이후엔 '공부는 잘하지만 도박을 좋아하는 아들 VS 얼굴은 예쁘지만 학력위조를 해달라는 딸' 중 한 명만 키워야 한다면 누굴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 상습도박으로 논란이 된 이 후보의 아들과 입시비리 의혹에 휩싸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이다.
시청자들은 SNL의 정치 풍자에 뜨거운 호응을 보내고 있다. 한 누리꾼을 댓글을 통해 "대선후보를 데리고 코미디를 찍는 세상, 유쾌하고 재미있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정치풍자로는 원톱이다. 어쩜 저렇게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묘사하는지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전문가는 SNL 정치풍자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KBS '개그콘서트' 등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많이 없어지고 코미디가 어려워진 원인 중 하나가 권위있고 높으신 분들에게 대한 풍자가 막히는 대신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코미디가 생겨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 불편함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라며 "강자에 대한 풍자가 늘어나는 것이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코미디에도 굉장히 좋은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다만 약자를 대상으로 한 조롱이나 비하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 평론가는 "풍자는 강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강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섞어서 풍자를 하는 것이 진짜 코미디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약자 조롱이나 비하가 되지 않도록 (풍자의) 대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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