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ㆍSPAC) 시장에 여전히 대규모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팩을 이용한 신규 상장 기업의 거품 논란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스팩은 10월과 11월에 각각 약 120억달러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3분기 월 조달 자금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었다. 스팩은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호황을 이끌었고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거품 논란이 제기됐다. 따라서 스팩 시장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셈이다.
투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12월 들어서도 하루 평균 스팩 3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2년 안에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노리는 스팩 자금이 약 1600억달러에 달한다.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 시장에도 스타트업 투자 대기 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시장에서 아직 집행되지 않은 투자금 규모가 각각 4400억달러, 3100억달러에 달한다. 스팩까지 합쳐서 약 9000억달러 자금이 향후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을 노리고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WSJ는 올해 스팩과 벤처캐피탈 자금 조달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이라며 스타트업 거품 논란도 아랑곳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스팩을 중심으로 기업공개(IPO) 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정작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의 상장 이후 성적은 좋지 않다.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 주가를 반영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25% 손실을 냈다. 전통적인 IPO 방식을 통해 상장한 공모주에 투자하는 ETF도 지난 3개월간 15%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팩과 벤처캐피털에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 내년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긴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제로 수준이고 올해 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면서 투자금이 풍부해졌다.
식품 배달 스타트업 그럽마켓은 애초 5000만달러 자금 유치를 목표로 했는데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11월까지 2억4000만달러가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기업 가치도 12억달러가 넘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럽마켓의 마이크 쉬 최고경영자(CEO)는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극도로 빠르게 자금이 모였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0억달러 이상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은 거의 340개에 육박한다. 지난해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스팩 투자가 활발해질수록 거품 논란도 커지고 있다. 스팩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00개 가까운 기업이 스팩을 통해 상장했으며 이 중 75%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채 준비가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스팩을 통해 상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금융정보업체 불릿 포인트 네트워크의 마이크 라이언 CEO는 스팩 덕분에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 늘었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IPO, 잘못된 기업가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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