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올해 사상 최고 기록을 쓴 기업공개(IPO) 시장. 역대 최고 경쟁률과 청약증거금, 공모금액 등의 기록을 세웠다. 화려한 열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축소로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나타나고 있지만 내년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그야말로 '초대어'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역대 최대인 올해 공모금액 20조원을 뛰어넘어 3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마저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이전·신규 상장한 기업은 121개사(스팩, 리츠 포함)로 집계됐다. 상장 누적 공모금액은 20조7493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지난해 5조6951억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치다. 기존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0년 10조1453억원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청약증거금과 청약경쟁률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청약증거금 63조6198억원을 끌어모으며 최고 기록을 세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후 2개월 만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등장으로 2위로 밀려났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기록은 80조9017억원이다. 이 외에도 카카오뱅크(2조6000억원), 크래프톤(4조3000억원), 카카오페이(1조5000억원) 등이 등장하며 수조원의 청약증거금이 증시에 쏠렸다.
청약경쟁률의 경우 올해 IPO 첫 주인공 엔비티가 4397.7대 1이라는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7월에 상장한 맥스트는 6762.8대 1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수립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하반기 옥석가리기 진행되면서 수익 부진이 속출했지만 올해 공모주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주 기준 30%를 상회했다. 올해 공모금액 1조원 이상 대어급 중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수익률이 321.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카카오페이(91.7%), 카카오뱅크(59.7%), SK아이이테크놀로지(57.6%) 등의 순이었다. 최대 공모주였던 크래프톤(―5.4%)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내년에도 IPO 시장은 풍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내년 IPO 공모금액이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검은 호랑이의 해 IPO 첫 타자로 나서는 곳은 바로 단군 이래 최대 IPO 기록을 쓸 것으로 주목받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공모 규모가 10조9225억∼12조7500억 원이다. 역대 최대였던 2010년 삼성생명(4조8881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1월11, 12일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공모가가 희망 범위(25만7000∼30만 원) 상단에서 결정되면 시가총액은 단숨에 70조2000억원에 이른다. 주가가 치솟으면 사실상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88조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대어급 기업들도 많다. LG에너지솔루션 다음으로 주목받는 곳은 예상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다. 내년 2월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모회사인 현대건설(약 5조원)을 넘어서 건설 대장주를 꿰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도 이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 이르면 내년 5월 코스피에 입성할 예정이다.
웹툰과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는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 역시 10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벽배송 3사'로 알려진 SSG닷컴과 컬리, 오아시스마켓의 IPO 속도전도 눈여겨볼 만 하다. SK텔레콤과 분할한 SK스퀘어의 첫 자회사 원스토어와 보험업계 빅3로 꼽히는 교보생명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신규 상장이 거론되는 예상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대어급 기업만 13곳으로 올해 상장한 11개보다 많다"면서 "내년에도 신규 상장 풍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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