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강력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불법 흥신소·심부름센터가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신변보호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6)은 흥신소를 통해 피해자 가족 집주소를 획득해 범행했다. 해당 흥신소 직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흥신소의 불법 행위가 살인이라는 흉악범죄를 초래한 것이다.
현행법상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등 여러 법령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이는 행위를 금지할 뿐 흥신소 운영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유업종으로 운영되다 보니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고 심지어 신고조차 하지 않고 운영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관리 법령도 아예 없어 현재 국내에 흥신소가 몇 개나 되는지조차 경찰 등 관계당국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영리활동에 ‘탐정’ 명칭 사용이 가능해지자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 발급기관을 점검하고 불법 흥신소, 심부름센터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해 9~10월 민간자격 발급기관 점검(22개 기관 중 5개 기관에 시정명령)만 진행됐고 흥신소 등 특별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경찰청은 "내년(2021년)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올해에도 별도 단속은 없었다.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일선 수사관의 업무가 폭증한데다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 등으로 여력이 없었고, 불법 흥신소 등을 사전 관리·감독할 규정이 미비해 특별단속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법적 사각지대 속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 발생건수는 2018년 1288건, 2019년 1520건, 지난해 2003건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같은 기간 위치정보법 위반 사건도 98건, 121건, 142건으로 증가했다. 현재 국회에는 민간조사 분야를 관리하기 위한 탐정업 관리법안 2건이 발의됐으나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1년 넘게 소관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상수 한국탐정정책학회장(가톨릭대 탐정학전공 주임교수)은 "개인정보보호법만으로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사고 파는 흥신소의 불법 행위를 막기 어려운 만큼 제도권으로 끌어와 규제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탐정업 관리법안의 법제화를 통해 불법적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민간조사 영역의 직업윤리 확보, 사전 예방 및 사후 처벌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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