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문에는 이맘때면 크리스마스 장식이 달린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전통이지만 올해는 Fed가 돈줄을 확실하게 죄겠다는 ‘블랙 크리스마스 선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조기 종료에 이어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은 확실한 상황이다.
관건은 인상 시점이 얼마나 빨라질지와 금리가 어디까지 상승할지 여부다.
시장은 Fed의 급격한 변화(pivot)가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제롬 파월 Fed의장이 어떤 식이든 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혜안을 발휘해 줄 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내년 금리인상 몇번?… 점도표에 쏠린 눈= 현지시간 13~14일 이틀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제롬 파월 의장의 연임 결정 후 열리는 첫 회의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을 예고한 상황에서 주재하는 첫 회의인 만큼 매파적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이 매로 변신할 이유는 충분하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8%나 치솟았고 FOMC 직전에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9.6%나 급등했다. 미 언론들은 일제히 40년 사이 볼 수 없었던 인플레이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Fed가 제시했던 평균물가 관리 목표인 2%는 이미 초과한 지 오래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Fed의 판단이 최악의 실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방향 전환도 급격할 수 있다.
금리 인상에 대한 관점은 점도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9월에 발표된 점도표는 금리인상 시점을 두고 정확히 50대 50으로 맞섰지만 이번 점도표는 내년 금리 인상으로 확실히 기울 것이 확실하다.
제너디 골드버그 TD 증권 투자전략가는 "Fed 위원들이 불에 휘발유를 붓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Fed 출신의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교수도 "이번 회의는 큰 변화를 만들고 있는 회의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예상은 이미 5월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 페드워치는 내년 5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57.8%로 추정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5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35.7%에 그쳤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금리 인상 시점을 5월로 당겼다.
금리 인상의 횟수에 대해 CNBC 방송은 내년과 내후년 각각 3차례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미국 기준금리는 2024년 5월 2.3%에 달하게 된다.
금리 인상은 인플레 차단 수단이지만 경제에는 부정적인 이면을 갖는다. 대이언 스웡크 그랜트 손턴 LL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FOMC는 Fed가 액셀레이터에서 발을 떼면서 브레이크를 예상보다 깊게 밟는 격이다"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이 고용 회복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극복해야 한다. 미국의 실업률은 4.2%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400만개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Fed가 인플레이션 급등과 고용 목표 미달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변동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성장률 둔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 요인을 무시할 수도 없다.
◇2018년 블랙 크리스마스 재연되나= 블룸버그 통신의 설문에 따르면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은 인플레이션 진압을 위한 중앙은행들의 정책전환이 내년 글로벌 증시의 가장 큰 하방 리스크라고 규정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에게 증시 급락을 방어할 ‘파월 풋’을 기대한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셰니예크 전략가는 "파월 의장은 매우 힘든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왔다. 만약 파월 의장이 FOMC가 유연한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경우 파월 풋(put)은 유지되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2018년 12월과 같은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년 12월24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Fed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충돌하면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9%나 하락하는 큰 조정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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