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후각 상실 원인을 규명해냈다. 진단 및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문제일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연구팀이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사후 기증된 사람의 후각 조직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후각상실의 원인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보건복지부 전국 치매역학조사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치매환자는 약 70만 명으로 2050년에는 303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치매환자 중 70%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다. 대다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경우 기억력과 인지능력 저하는 물론 우울증과 감각 기능 장애를 경험한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90% 이상은 후각상실을 겪는데, 아직까지 그 병리학적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정상적인 후각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각신호를 처음 정보화하는 후각망울에 존재하는 후각 사구체가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이상이 없어야 한다.
연구팀은 이 점에 착안해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한 후각상실의 원인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네덜란드 뇌은행으로부터 사후 기증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6명과 건강한 기증자 7명의 후각망울 조직을 분양받아, 조직병리학적 심층 평가를 통해 후각 사구체의 세부적인 구조적 변화를 관찰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후각망울의 전체적인 해부학 및 조직학 구조 변화 관찰은 물론, 베타아밀로이드, 미세아교세포, 신경전달물질 발현 변화를 평가하기 위해 면역화학적 분석법을 사용했다.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의 경우 후각망울이 위축되는 형태학적 손상이 관찰됐다. 후각 사구체에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이 관찰됐다. 또 시냅스 활성에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발현 수준이 저하됨은 물론 시냅스 밀도와 시냅스 내 소포의 감소로 인해 사구체 내 시냅스가 위축돼 있음을 확인했다.
또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이 미세아교세포 활성과도 관련 있음이 발견됐다. 신경염증으로 인한 사구체 이상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후각상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베타아밀로이드에 의한 신경염증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후각상실 간의 직접적인 신경병리학적 연관성을 처음으로 증명하게 됐다.
문 교수는 "이번 사후 기증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후각신경계 조직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그간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았던 알츠하이머 치매와 후각상실간의 병리학적 기전을 규명했다"며 "결국 말초 후각신경계와 중추 후각신경계가 처음 만나 시냅스를 이루는 후각 사구체의 손상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에 중요한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신경학 분야 상위 10% 학술지인 ‘뇌 병리학(Brain Pathology)’에 지난달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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