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청년의 앞길을 막으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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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강남·서초 부동산중개업자는 “2030 청년들이 현금 수십억원을 가지고 와서 대출도 나오지 않는 고가 아파트를 사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 스타트업, 유튜브, 코인 등으로 큰돈을 번 신흥부자들이라고 한다. 이 중개업자는 “이런 신흥부자들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대출규제 등을 해도 부동산 가격이 당분간 내려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돈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고 돈의 길목에서 거금을 만들어내는 청년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제도권에서 기회를 잃은 다음 세대의 유능한 청년들이 사업과 투자를 통해 자본을 축적하는 일로 내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청년세대가 성장하면서 기성세대들이 약속한 대부분의 약속은 부도나고 있다. 필자가 3년차 변호사일 때 대한변호사협회의 대의원으로 처음 참여한 총회에서 협회장 출마 경력 15년 제한 회칙이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남자의 경우 군복무와 대학졸업 등을 생각하면 아무리 빨라도 40대 중반은 되어야 출마 자격이 생기게 된다.

기성세대들은 지난 20여년간 매사 이런 식으로 청년들의 앞길을 막아왔다. 586세대가 40대일 때 그들은 기업 임원, 국회의원, 고위공무원이 됐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겐 40대에도 여전히 말단 실무진에 머무를 것을 강요한다. 30대에 이미 사회의 주요 위치를 차지했던 586세대들은 MZ세대들에게는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하라 이야기하며 청년들만 건전지처럼 갈아 치우고, 그들이 30대에 가졌던 자리를 70대까지 유지하려 한다.


결국 청년들은 기성세대들이 약속한 제도권의 길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 같다. 대신 새로운 길들을 열어나갔고, 거기서 마르지 않는 돈나무의 돈열매를 대량으로 수확하며 새로운 ‘영앤리치’ 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제도권 내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청년들을 어떻게든 내몰고 견제하려던 자들이 새로이 등장한 영앤리치로부터는 한푼이라도 받아보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많은 자본을 투자받고 이를 일부 기성세대에게 나눠주기 시작하자 사회의 엘리트라는 자들이 앞다퉈 달려가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며 자리와 낙전을 취하느라 정신없다. 화천대유도 따지고 보면 몇몇 젊은 엘리트들이 기획하고 이에 기성세대 권력자와 명망가가 결합하여 낙전을 받아 간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새로운 영앤리치들은 비겁한 윗세대를 조련하고 이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개인적 부를 기르며 사회 전체 자산가치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데, 막상 공적인 일에 직접적으로 나서려 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는 젊은 엘리트들이 속된 말로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는 생각으로 기꺼이 공적인 일에 자신의 인생을 투신하는 것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이들의 앞길을 막아 이들이 자신들만을 위하는 영악한 삶을 살도록 등 떠민 대가를 우리 후대는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다.

유구한 역사를 지니는 로마의 건축물엔 그 건축물을 기부한 자들의 이름이 새겨 있다. 로마의 지배층은 돈을 벌면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그 대가로 자신의 이름을 건축물이나 기부한 곳에 새겨낼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처럼 로마 지배층 대대로 내려오던 선공후사의 정신이 유지되는 동안 로마제국은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지배층이 자신이 소유한 장원의 안전만 보호하기 위해 성벽을 쌓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로마제국의 쇠퇴와 1000년의 암흑기라는 중세가 시작되었다. 청년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기성세대의 끝없는 탐욕의 끝은 모두 스스로를 위해 각자의 성벽을 높게 쌓지만, 성벽이 없던 때보다 결코 안전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미래일 것이다.


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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