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역발상을 통해 실리콘 태양전지 및 반도체소자의 핵심 소재인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를 원재료의 낭비 없이 제조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제조 단가를 최대 절반까지 낮출 수 있어 주목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충북대와 공동으로 단결정 실리콘을 모체 기판 위에 상향식으로 성장시킨 후, 기존에 다공구조로 인하여 불량으로 여겨졌던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을 역이용해 마치 절취선을 따라 떼어내듯이 실리콘 웨이퍼를 간편하게 박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IF 30.849)’에 지난달 14일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 기술의 핵심은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의 다공구조를 제어하고 위에 성장시킨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를 통째로 떼어내는 방법으로 제조 공정을 혁신한 것이다. 기존의 에피탁시 실리콘 웨이퍼 제작 방식은 모체 기판 상부에 다공 구조의 실리콘 분리층을 하향식으로 형성하고 단결정 실리콘을 성장한 후 박리를 통해 분리한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는 모체 기판 표면의 일부가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모체 기판이 조금씩 손실돼 수차례의 박리 공정 이후 모체 기판이 소모돼 제조비용 증가의 원인이 된다.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 연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루어졌지만, 높은 결함밀도 및 다공구조의 특성으로 인해 태양전지 공정 중 발생하는 불량으로 취급됐으며, 이 물질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물질 내부의 결함 및 공극률을 저감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다.
연구팀은 오히려 플라즈마 에피탁시에 대한 역발상을 구사해 오히려 결함 밀도를 증가시키고 계면의 공극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즉, 마치 빵 반죽에 기포가 발생해 부드러워지듯이 실리콘 웨이퍼 제작 시 결함과 구멍을 이용해 떼어내는 부분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모체기판 위에 다공구조의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을 성장시킨 후 열처리 과정을 거쳐 중간에 떼어내기 쉬운 얇은 틈을 만들었다. 이후 다시 결정질 실리콘을 그 위에 두껍게 증착시키면 태양전지나 다른 반도체 소자로 쓸 수 있는 웨이퍼는 절취선을 따라 쉽게 떼어내듯 분리할 수 있고 모체기판은 손상 없이 무한대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 화학기상증착법으로 성장시킨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의 나노 다공구조 특성 및 공극이 재구성돼 나노-틈(Nano-gap)을 형성하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하고 그 원인을 규명했다. 고온에서 물질 내부에 나노 크기의 공극들이 서로 결합하는 것과 같이 고체에서도 고온의 수소 환경에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공극들이 서로 합쳐지고 표면으로 이동해 없어지는 나노 다공구조 제어를 통해 그 위에 성장한 실리콘을 지지하는 몇 개의 기둥만 남겨 떼어내기 쉬운 구조가 된다.
이로써 원재료의 낭비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태양전지 제조 단가를 절반으로 저감할 수 있다. 또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 및 단결정 실리콘 성장을 널리 쓰이고 있는 화학기상증착법에 기반하기 때문에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에 응용 가능하므로 산업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가현 충북대 교수는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은 그동안 고효율 태양전지 공정 중 발생하는 불량으로만 취급되었지만, 우리는 반대로 역발상을 통해 공극률을 극대화해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한 점이 의미 있다”며 “새로운 물질에 대한 연구의 시작으로서, 앞으로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의 나노다공구조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며 이 물질을 활용해 응용 가능한 분야를 탐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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