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물이 석회석의 주요 성분인 수산화칼슘과 이산화탄소간 반응을 촉진시키는 원리를 규명했다. 기후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의 저감, 전환 및 산업적 활용 등의 기술에 새로운 단서가 될 전망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한옥희 서울서부센터 박사 연구팀이 물이 수산화칼슘의 탄산화 반응 초기에 층상구조 안으로 삽입되어 탄산화 반응을 빠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삽입된 물의 양 측정도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이산화탄소 검출에 주로 사용되는 수산화칼슘은 탄산화 반응을 이용하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이나 탄산수소칼슘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장치에 활용한다. 시멘트가 물과 섞였을 때 시멘트에 포함된 산화칼슘이 물에 녹은 대기중의 CO2와 반응하여 단단해지는 원리가 탄산화 반응의 대표적인 예다. 물과 섞여 빠르게 수산화칼슘의 탄산화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널리 알려졌으나, 반응과정에서 물의 역할을 명확히 규명하거나, 들어간 물의 양을 정량화한 사례는 그동안 전무했다.
통상 물이 수산화칼슘의 표면에 흡착하여 탄산화 반응을 돕는다고 여겨졌으나, 이번 연구에선 탄산화 반응 초기에 층상구조인 수산화칼슘의 층간간격이 늘어난다는 것을 XRD 분석 등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고체 NMR 분석을 통해 탄산화 반응 초기에 수산화칼슘의 층간으로 물 분자가 들어감을 밝히고, 들어간 물의 양을 측정했다. 물과 섞인 수산화칼슘 시료를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물이 4.8ppm에서 수소 핵종신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수산화칼슘 내부로 들어간 물 분자는 약 1ppm에서 신호가 관찰되었다.
이렇게 구분되는 신호 면적 크기를 활용하여 수산화칼슘 층간으로 들어간 물을 정량할 수 있었다. 더불어, 특정한 조건에서 다양한 물질의 화학적 특성에 따른 반응속도를 고려하는 이론적 계산을 통해 수산화칼슘의 층간으로 먼저 물이 들어갔을 때 탄산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같은 결과는 원자 수준에서 물이 삽입된 수산화칼슘의 구조와 탄산화 반응과의 연관성을 실증한 세계 최초 사례이다. 향후 수산화칼슘을 공장 배기가스와 대기중 CO2를 저감할 수 있는 포집제로 활용함은 물론, 시멘트의 경도 조절, 그리고 고순도의 수산화칼슘을 탄산화시켜 페인트, 치약의 기능을 강화하는 충진제의 특성향상 등 다양한 연구·산업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분야 국제 학술지인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최근 게재됐다. 이승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연구팀, 김용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연구팀, 곽상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한 박사는 "이번 연구는 원자 수준에서 화합물에 대한 구조 규명과 정량 분석을 함께할 수 있는 NMR 분석기법의 장점을 잘 보여준 연구 결과"라며 "앞으로도 NMR 기술의 다양한 활용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CO2의 저장 및 전환 등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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