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고객이 룸서비스를 요청하면 배달로봇이 직원 대신 음식, 수건 등을 객실 앞까지 배달한다. 몸체 상단의 로봇 팔로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자유롭게 탈 수 있고 객실 앞에서 문을 노크할 수도 있다. 서울 명동의 헨나호텔은 배달로봇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자 로봇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0cm 키에 핼러윈데이 망토를 두룬 팔각 몸통, 모니터 얼굴을 한 이 배달로봇은 꽤 인기 있다. 다테이시 히로유키 헨나호텔 명동점 지배인은 "배달로봇이 서비스를 위해 자리를 비우면 일부 고객은 배달로봇에게 서비스를 받겠다며 기다릴 정도"라고 했다. "24시간 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직원들의 부담도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헨나호텔은 지난 8월 로봇 개발업체 로보티즈로부터 이 배달로봇을 도입했다.
서비스로봇이 쓰이는 분야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영향이다. 로봇이 기존 주 사용처였던 공장을 벗어나 일상 속에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서울 명동 헨나호텔에 투입된 로보티즈의 실내 배달로봇 '집개미.' 몸체 상단의 로봇 팔로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자유롭게 탈 수 있고 객실 앞에서 문을 노크할 수도 있다. [사진 = 이준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이르면 이달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 드라이브’의 서비스를 도어 투 도어(Door-to-Door)까지 확장한다. 딜리 드라이브가 배달지에서 음식을 받아 엘리베이터 등을 타고 주문자의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8월부터 수원 광교의 주상복합 아파트 ‘광교 앨리웨이’에 배달로봇 20여대를 투입해 시범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본래 딜리 드라이브는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로봇에 팔이 없어 버튼을 누를 수 없는데다 승강기 시스템과 연동하는데 필요한 기술 장벽이 높았다. 주문자는 아파트 1층이나 단지 내 광장까지 내려와 음식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은 광교 앨리웨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의 협업해 배달로봇의 승강기·출입관제시스템을 연동시켰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승강기 시스템 연동을 위해 대림건설, 한화건설 등을 비롯해 현대엘리베이터와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면서 "광화문 D타워에 투입한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는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서비스를 문제없이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배달로봇 업체도 서비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달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는 이달 15일부터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 인공지능(AI) 배달로봇(로봇명 뉴비) 5대를 투입한다. 뉴비는 강남 3구에 위치한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 매장 1곳을 중심으로 배달로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뉴빌리티는 소비자 반응에 따라 서비스 제공 매장을 강남 3구 내에서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서비스로봇 도입은 활발하다. ‘치킨 로봇’을 만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로보아르테가 대표적이다. 로보아르테는 치킨을 조리하는 협동로봇 브랜드 ‘롸버트치킨’을 운영하는 회사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첫 직영점을 오픈한 후 지난달 5호점을 열었다. 회사는 다음달 중순쯤 서울지하철 4호선 사당역 인근에 6번째 직영점을 열 계획이다. 기존 직영점의 하루 매출은 100만~150만원. 점포 규모가 적게는 33㎡(10평)에서 크게는 50㎡(15평)인데다 직원 1~2명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이 쏠쏠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봇닭, 디떽 등의 스타트업이 치킨 로봇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교촌치킨도 최근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로봇이 다양한 분야로 꾸준히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를 위한 투자가 빠르게 진행됐다"면서 "인건비 절감 등 경제적 효과도 있어 호텔, 병원 등 비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여러 분야로 서비스로봇 도입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