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동급생 간 성폭행, 광주시교육청 ‘은폐’ 의혹

1차 심의 ‘무혐의’→경찰 수사 직후 두 번째 심의에선 ‘혐의 인정’

시교육청 “새 진술 확보, 다른 사안으로 심의 열어…은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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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조형주 기자] 광주광역시교육청이 특수학교 동급생간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차 학교폭력심의대책위원회의 심의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두 번째 심의를 열고 결정을 번복,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면서다.

29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학폭위는 지난 15일 특수학교 동급생 간 성폭력 의혹에 대한 두 번째 심의를 열고 사실을 인정, 가해자 학생 2명을 ‘강제 전학’ 조치했다.


지난 7월 15일 열린 1차 심의 결과인 ‘무혐의’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2차 심의에서 학폭위는 학교 측에서 제출한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 관련 학생 진술 등을 통해 피해 학생에게 신체·정신적 피해를 유발한 학교폭력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피해 학생 부모는 교육청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학부모는 “딸이 같은 학년 남학생으로부터 임신테스트기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곧바로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해 학폭위가 열렸다”며 “하지만 학폭위는 성폭력 증거가 없다고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번째 심의는 예정에 없었지만, 지난 8월 10일 피해학생 부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추가 정황이 드러나자 심의가 또 한 번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는 “임신테스트기를 왜 줬겠느냐. 병원에서 검사받기 오래전 성폭행이 발생했다면 그 흔적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1차 심의가 허투루 진행됐다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또 “학교 교사들도 진상을 파악하려고 하기보다 ‘자신들이 애들을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 그럴 일이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며 “교사와 교육당국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도 심의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단체 관계자는 “성폭력은 엄중한 사안인데 1차 학폭위 때부터 성폭력 전문가 등의 의견을 같이 듣는 절차가 있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은 1차에 이은 2차 심의가 아니어서 은폐가 아닌 다른 사실로 새로운 심의를 연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두 번째 심의는 가해자가 경찰조사를 받은 후 학교 선생님께 찾아가 새로운 진술을 해 새롭게 심의가 열렸다”며 “그 진술로 다른 사실이 추가돼 1차 심의와 다른 안건으로 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차 심의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선물이라며 ‘임신테스트기’를 줬다고 진술했다”면서 “이 부분을 가지고 의심은 가지만 명백한 목격자나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결정됐고,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새로운 사건이 추가되지 않았을 경우 임의로 아이들을 조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차 심의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선물로 줬다’는 진술과 피해 학생의 신체에 성폭행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경찰 수사 직후 다시 열린 심의에서 처음 결정을 번복한 것을 두고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호남취재본부 조형주 기자 ives0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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