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슬라' 만든 일론 머스크, 기술 천재일까 망상가일까 [임주형의 테크토크]

설립 18년 만에 '1조달러 클럽' 달성한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 경영 방식 두고 평가 엇갈려
전기차 기술 가능성 예측하고 조기 투자
SNS 통한 거침없는 소통 행보로 '팬덤' 만들어
"컬트적"이라는 비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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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유가증권시장인 나스닥에 상장한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약 1170조원)를 돌파했습니다. 주당 가격도 1000달러(117만원)를 넘어서 '천슬라'라는 별명까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높은 주가를 회의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다른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에 비해 생산량이 턱없이 적어 '거품'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특유의 야심 넘치는 경영 철학에 대해서도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年 50만대 파는 테슬라, 시총은 1조달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이미 지난해부터 글로벌 9대 자동차 메이커를 전부 합친 것보다 높았습니다. 여기에는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브랜드인 도요타나 독일 폭스바겐,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E), 혼다는 물론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포함됩니다.


문제는 테슬라의 기업 가치에 비해 실제 창출하는 매출과 수익이 턱없이 낮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테슬라는 약 50만대에 살짝 못 미치는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폭스바겐(930만대), 도요타(720만대) 등 기성 자동차 기업들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기존 '1조달러 클럽'에 든 다른 미국 기업들과 비교해도 기업 이익이 너무 낮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애플'의 경우 분기 순이익이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훨씬 넘어서지만, 테슬라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16억2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회사 규모로 보나, 버는 돈의 액수로 보나 '1조달러 기업' 평가를 받기엔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머스크 CEO 성공 비결은 '기술' 바라보는 시각


이렇다 보니 지난 2003년 테슬라를 설립한 머스크 CEO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전기차라는 미래의 대세 기술에 집중 투자한 선견지명을 갖춘 기술 기업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하이프(hype·과대광고)'에 의존해 주가를 끌어 올린 망상가라는 비난까지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약 50만대에 못 미치는 자동차를 생산해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 사진=연합뉴스

테슬라는 지난해 약 50만대에 못 미치는 자동차를 생산해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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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테슬라를 설립 후 약 18년 만에 '1조달러 클럽'으로 끌어 올린 머스크 CEO의 경영 비결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머스크 CEO가 정말 '위대한 혁신가'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어도, 새로운 기술을 최적화하고 상용화하는 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전문업체 'IHS 제인' 소속 팀 어커하트 자동차 시장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기차 기술이 무르익을 시점에 '시장 선도자'가 됨으로써 수혜를 입었습니다.


어커하트는 "일론 머스크는 다른 기성 업체들이 전기차를 비관적으로 바라볼 때 사실상 혼자서 전기차 동력장치, 배터리,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 투자했다"며 덕분에 앞서 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단순히 기술에만 투자한 게 아닙니다. 어커하트는 머스크 CEO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한 아이디어를 입안했다"며 "그는 시장이 전기차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음을 알았던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머스크 CEO는 이미 기술적으로 성숙기에 이르렀던 전기차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단행, 가장 먼저 결실을 수확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컬트' 평가받는 머스크 CEO의 행보


물론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만이 머스크 CEO의 강점은 아닙니다. 머스크 CEO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하는 등 독특한 행보로 '팬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8년 생방송 인터뷰 중 대마초를 피우는 머스크 CEO /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지난 2018년 생방송 인터뷰 중 대마초를 피우는 머스크 CEO /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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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테슬라리티'라고 불리는 이들은 머스크 CEO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어 테슬라와 관련된 루머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또 이들 중 상당수는 단순히 머스크 CEO의 팬을 자처하는 것을 넘어 테슬라 주식 투자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머스크 CEO의 이같은 행보는 가끔 논란을 낳기도 합니다. 일례로 그는 과거 가상화폐의 일종인 '도지코인'에 대한 가감없는 발언으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방송 인터뷰 도중 대마초를 흡연하는 모습을 보여 테슬라 주식이 7%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등 서구 경제 매체들은 이런 그의 모습을 두고 "컬트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머스크 CEO가 이런 스타일의 경영을 지속하는 한, 그의 성취에 대한 엇갈린 평가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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