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기획재정부가 내년 3월까지 유류세를 15%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올 겨울을 넘어가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시기와 인하폭까지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유류세 한시적 인하를 공식화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2일 "6개월 전후로 15% 정도 유류세를 깎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평균 휘발윳값이 ℓ당 1820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유류세를 15% 내리면 1700원 초반대로 떨어지게 된다.
정부는 구체적인 인하폭과 시기를 다음주에 발표할 방침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면서 "26일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세부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유류세를 15% 낮출 경우 휘발윳값은 ℓ당 최대 123원, 경윳값은 87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값은 30원씩 낮아지게 된다. 유류세는 교통세와 교육세, 주행세 등으로 구성된다. 교통세의 법정세율은 ℓ당 475원(휘발유 기준)으로 고정돼 있다. 세법 시행령상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휘발유 기준 교통세는 529원, 주행세는 138원, 교육세는 79원으로, 휘발유 1ℓ당 유류세는 이를 모두 더해 746원이 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820원이 된다. 820원에서 15% 인하하면 123원이다. 이날 기준 서울의 평균 휘발윳값이 ℓ당 1825원인 점을 감안하면 123원을 뺀 1702원이 된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최대 30%까지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낮출 경우 종료 이후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20% 이상 인하는 검토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15% 인하 방침은 홍 부총리의 발언에서 다소 예상됐다. 홍 부총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류세 인하 기간은) 시기적으로 겨울을 넘어가는 수준이 될 것 같다"며 "2018년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시 ℓ당 평균 1690원대이던 휘발윳값은 유류세 인하로 1560원대로 낮아졌다.
국제유가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배럴당 80달러(약 9만4300원)대 초반을, 천연가스는 지난해 평균 가격의 7배 수준인 35.3달러(약 4만2000원)를 각각 기록 중이다.
하지만 세율 조정에 따른 문제점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세율을 일괄적으로 똑같이 깎다보니 상대적으로 유가 상승 타격이 더 큰 저소득층을 보다 정교하게 지원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세수가 예상치(31조5000억원)보다 20조원 많은 50조원가량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지금 꼭 유류세 인하여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6개월·15%'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고 향후 물가 변동 폭에 따라 기간이 길다, 짧다는 식의 다양한 불만이 나올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세수가 20조원가량 더 들어온다는 사실인데, 이를 자영업자 손실보상 등에 쓰지 않고 굳이 불특정 다수에게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분으로 돌렸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할당관세율도 추가 인하키로 했다. 이 차관은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대응해 현재 2%인 LNG에 대한 할당관세율을 추가 인하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에너지 비용 등 서민경제의 생활물가 부담 완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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