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력을 빠르게 키워나가면서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삼성과 LG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만이 뚫었던 애플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BOE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 이어 OLED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1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BOE는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인 아이폰13에 들어가는 6.1인치 OLED 패널을 지난달부터 출하하기 시작했다. 소량의 OLED 패널을 먼저 납품한 뒤 애플의 최종 성능 검사 등을 거쳐 출하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BOE는 당초 리퍼용 패널과 같이 한정된 용도로 OLED 패널을 애플에 공급해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대량 공급을 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렇게 되면 아이폰13의 6.1인치용 OLED 공급은 삼성전자와 BOE가 나눠 맡게 된다고 전했다. BOE가 본격적으로 납품을 시작하면 삼성 몫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BOE는 공급 비율을 초기 20%에서 향후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서 조달하던 디스플레이를 BOE에서도 추가로 받게 되면서 공급망을 다변화 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패드에도 OLED 투입을 고려 중이며, 2023년 전후로 OLED 도입을 본격화할 수 있다.
BOE를 중심으로 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성장세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미 LCD 시장에서 2017년 이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시장 우위를 빼앗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BOE는 2010년부터 정부로부터 2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고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볼 때 OLED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쫓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현재는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세가 빠르다. 2020~2025년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12%, 19%인 데 비해 중국 BOE가 25%, CSOT가 52%로 추정돼 한국 업체들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BOE는 현재 쓰촨성 청두시와 멘양시를 거점으로 대규모 OLED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데 추가로 충칭시에서 OLED 패널을 양산해 애플 등에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중국에서 심각한 전력난이 지속되고 있어 BOE 공장에 전력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애플의 공급망 진입을 목표로 하는 중국 기업들에게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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