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보험사기…소송해도 부당이득 다 못 찾아

무모한 소송 오명에도 선택여지 없어
부당이득 환수소송 상반기 727건
환수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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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보험사기로 유죄 판정을 받아도 사기로 벌어들인 부당이득이 전부 반환되지는 않고 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한다는 오명에도 보험사들이 부당이득반환 소송에 나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보험사기 적발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적발 이후 환수에 대한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선고된 보험사기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은 생명보험 81건, 손해보험 646건 등 모두 727건이다. 이 가운데 생보사 평균 전부승소율은 86.3%, 손보사는 96.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ABL생명이 2건의 소송에서 1건은 전부 승소한 반면 1건은 패소해, 승소율이 절반에 불과했다. 동양생명 도 2건 중에 전부승소 1건 일부 승·패소 1건으로 전부승소율 50%를 기록했다. 흥국생명(80%)이나 푸본현대생명(85.7%)도 전부승소율이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사 중에서는 한화생명 이 10건 소송 가운데 전부승소 6건, 일부승·패소 1건을 기록하고 3건에서 패소했다. 삼성생명 은 모두 15건의 소송 중에서 14건을 전부 승소했으며 1건은 일부 승·패소했다. 교보생명은 10건 중에서 전부 승소 9건, 일부 승·패소 1건을 기록했다. 신한라이프나 NH농협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오렌지라이프(통합 전), DB생명, 메트라이프생명은 각각 100% 전부승소했다.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이 보험사기에 주로 악용되다 보니 손보사들의 소송건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대신, 전부승소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 이 상반기에만 165건의 소송에서 모두 전부승소했으며, 삼성화재 는 160건 중에 전부승소 156건을 기록해 전부승소율 97.5%를 기록했다.

반면 하나손해보험은 4건 중에 3건만 전부 승소해 75%에 그쳤으며, 한화손해보험 (92.8%), 악사손해보험(96.5%), (97.5%), DB손해보험 (99.1%)도 소송에서 전부 이기지 못했다.


보험사들은 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을 돌려받기 위해 보험사기 유죄 확정 판결 시 이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받아 보험사기로 결론났지만, 피의자들이 편취한 보험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민사재판을 진행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현행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편취 보험금에 대한 환수조항이 없어서다. 사기로 확정 판결을 받으면 보험사가 사기금액을 환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국회에서 수년째 계류 중이다.


보험사들은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해도 소송 진행 기간 중 피의자가 재산을 은닉해 환수에 제약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판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실제로 의료행위를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주기도해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하기도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에 대한 유죄의 판단과 민사 재판에서 보험금을 돌려받는 것에 대해서는 재판관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른 경우가 많다"면서 "당연히 법적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무척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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