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發 인플레 공포…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뉴욕증시 일제히 하락 마감…국내 증시 급락·환율 상승
물가 상승→소비 위축→경기 둔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박병희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먹구름이 한층 더 짙어졌다. 이미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과 유럽에서 에너지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가마저 급등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80달러 돌파 소식에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10년물 미 국채금리 선물은 1.612%까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12일 요동치고 있다. 오전 10시 현재 코스피지수가 1.5%대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5원 이상 오르며 장중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섰다.


물가 상승이 소비를 위축시켜 결국 경기가 둔화되는 속에서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 더 오른다= 에너지 대란의 여파는 원자재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에너지 가격 상승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는 90달러 돌파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미 지난달 말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말 9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WTI 가격 전망치도 기존 77달러에서 87달러로 높였다.

잠시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천연가스 역시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현재가 생산할 수 있는 최대치라며 단기간 내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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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동안 중국 최대 석탄 생산지인 산시성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중국 내 전력난 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산시성 홍수에 탄광 60곳이 폐쇄됐다는 소식에 중국 석탄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장저우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석탄 선물은 11일 t당 1408.20위안으로 11.6%나 상승했다.


중국 전력난 여파로 알루미늄 가격도 1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최고 3.3% 급등하며 t당 3064달러까지 올라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루미늄은 1t 생산에 14㎿h의 전력이 필요할 정도로 전력 소비가 많은 금속이다.


◆경기 둔화 우려…Fed 의 선택은= 에너지 가격 급등은 여러 경로로 경제에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경기 둔화 가능성이다. 이날 IB 골드만삭스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5.7%에서 5.6%로 하향 조정했다. 이 역시 유가 급등에 따른 영향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닐 비버리지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역사적으로 경기침체로 이어져 왔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실소득을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고 우려했다. 스티브 잉글랜더 스탠더드앤차터드 북미거시전략팀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발표될 지표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8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물가가 치솟고 있어 Fed가 당초 계획대로 11월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9월 북미 소비자물가지수(CPI·13일)와 미국 소매판매(15일) 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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