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 복장 터져"…디지털치료제 시범서비스 직접 써보니

과기정통부, '마이멘탈포켓' 1일부터 시범 서비스
인공지능 챗봇 '상담' 코너, 엉뚱한 답변 속출
다른 서비스는 아직 '준비 중'

"우울증 치료? 복장 터져"…디지털치료제 시범서비스 직접 써보니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우울증 치료하러 상담했다가 복장 터지게 생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코로나19 우울증 디지털 치료 사이트 '마이멘탈포켓'을 이용해 보고 난 소감이다. 시범서비스라지만 기초적인 오류가 많고 부실해 2024년까지 진행되는 사업 기간 동안 보완이 급선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마이멘탈포켓 사이트의 인공지능(AI) 실시간 상담(챗봇) 서비스는 질문자의 의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오류가 속출하면서 이용자를 실망시켰다. "백신은 꼭 맞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적성 안 맞아도 괜찮아요"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은 게 대표적 사례다. 또 "아는 사람이랑 다퉈서 힘들다. 관계를 다시 풀수 있을까"라고 물었지만 엉뚱하게도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울해서 집 밖으로 나가기 싫다"고 묻자 "가끔은 쉬면서 집에서만의 시간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고 동문서답하기도 했다.


또 "코로나19로 사람들을 못 만나니 외롭다"라는 질문에 "힘내세요. 저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기분을 느낀적이 있다"며 전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우울증을 치료해줄 수 있는 심리적 효과는 커녕 질문자의 의도나 문장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또 단순한 일문일답 수준이어서 심도있는 질문과 답변을 통한 우울증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른 메뉴인 온라인 실체 활동 게임도 아직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실내 신체활동게임'을 통해 우울증을 치료해주겠다는 의도였는데, 여태 준비돼 있는 콘텐츠는 '제자리 걷기/뛰기' 하나 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단순한 배경 음악을 들려 주면서 시간ㆍ빠르기를 정하는 수준이었다. 실외 신체활동게임으로 준비 중인 '나의 산책 친구, 냥이!' 코너는 아예 '준비 중'이었다. 특히 '고냥이와 함게(고양이와 함께) 산책을 떠나보세요'라는 등 오타가 발견되기도 했다.

맞춤 멘탈케어 '전문가 찾기' 코너는 독자적인 콘텐츠없이 '마인드카페'라는 심리상당업체 상담사 리스트로 연결됐다. 이밖에 '편하게 볼 수 있는 심리 칼럼' 서비스도 기성 언론 등에 기고문을 단순히 링크해준 것에 불과했다.


'마이멘탈포켓'은 '코로나19 우울증 극복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표방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140억원, 네이버 등 민간업체들이 149억원을 투입한다. 지난 7월 개발이 시작됐으며 보다 다양한 상담 사례를 모으기 위해 일단 시범 서비스를 실시한 상태다. 개발팀들은 시범 서비스의 상담 데이터 분석에 참여중인 200여명의 정신의학과 전문의와 심리상담 전문가도 대폭 확대해 보다 실효성 있는 서비스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