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맞춤 정장 업종인데 경영 악화로 가게 폐업합니다. 의류 쪽에 필요한 물품 정리합니다."
'코로나19 불황' 탓에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폐업 물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폐업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몇 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중고 물품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다.
16일 중고거래 사이트에 '코로나19' '폐업'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중고 물품을 저렴하게 정리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의류매장 폐업, 새상품 땡처리 여성의류 잡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이는 "티셔츠, 바지, 점퍼, 모자, 신발 등등 모두 땡처리합니다. 대부분 매장 내에서 판매되던 미개봉 새제품이며 간혹 매대에 진열됐던 것도 있습니다만 모두 새제품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40~50벌의 옷을 15만원에 정리한다며 의류 사진을 함께 첨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음식점, PC방 등 여러 업종에 몸담고 있던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택했다며 집기를 판매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식당용 용품 판매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이는 배달용 플라스틱·스테인리스 용기까지 내놨다. 그는 돈가스용 배달 용기 150개를 단돈 2만원에, 배달용 박스 60개를 1만원에 판매했다. 한 자영업자는 "중고 물품을 구입해 가는 업자에게 폐업 품목을 통으로 넘길 수 있지만 그 대신 가격을 후려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번거롭고 귀찮겠지만 일일이 온라인에 중고 거래 글을 올리고 판매하는 게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총 45만3000개의 매장이 폐업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평균 1000여개 꼴로 문을 닫았다.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50대 자영업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자신이 살던 원룸 보증금까지 빼 직원 월급까지 챙겨줬다고 한다. 전남 여수의 한 치킨집 주인도 '힘들다'는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외에도 지난 13일 원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50대도 사망한 채 발견됐다. 평소 지인에게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놓고 수개월 째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2일 동안에만 자영업자 2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비대위에 속한 자영업자들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근조 리본을 내걸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비대위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떠나간 많은 소상공인들의 넋을 추모하고자 한다"고도 했다. 합동분향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영업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죽음은 이 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맥주집, 치킨집, 노래연습장을 비롯해 헬스장, 볼링장, 당구장 등에서는 보증금을 날리고 원상복구 비용과 대출상환 때문에 폐업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참여연대와 실내체육시설비대위가 지난 6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해 지금 당장이라도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는 사업장이 26.8%였다.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실효적이고 충분한 지원대책을 추진하기보다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식 대책으로 일관한 국회와 정부는 이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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