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말레이시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유니셈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해 생산라인이 멈춰섰다.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가동 중단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니셈은 이날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오는 15일까지 일부 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유니셈은 인피니온, ST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와 같은 반도체 장비업체다.
유니셈은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사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고객사들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가속화해 정상화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인력 운영도 최소화되면서 피해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셈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공장 인력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른 부정적인 여파가 최소 수개월 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WSJ은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유니셈의 가동 중단으로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 이전에도 반도체 칩 부족으로 추가 감산 조치에 나선 완성차 업체들은 '엎친데 덮친 격'이다.
앞서 미 제너럴모터스(GM)는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달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있는 8개 공장에서 감산을 결정했고, 포드 또한 인기차종인 F-150 픽업트럭을 포함한 일부 차종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도 이달 초부터 수 주간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다카오카 등 주력 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업계는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오는 2023년까지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포드의 유럽이사회 의장인 군나르 헤르만는 전날 독일 뮌헨 모터쇼에서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공급난이 2023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다임러의 올라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도 "(반도체 사태가) 3분기에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4분기에는 회복이 시작되기를 희망하지만 생산 시스템 회복에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켈레니우스 CEO는 "반도체 수요, 공급의 구조적 문제가 내년까지 영향을 주고 2023년에야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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