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지 않은 1인 가구와 자녀가 없거나 소득이 많은 신혼부부도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특공)'에 당첨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 특공 물량은 자녀수나 소득, 혼인 유무 등을 따져 당첨자를 정하다보니 무자녀 부부나 1인 가구의 경우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일부 물량을 추첨제로 돌려 기존에 청약 신청조차 불가능했던 젊은층의 당첨 기회를 늘리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생애최초·신혼 특공 제도 일부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1인 가구와 소득기준을 초과하는 가구에게 특공 청약 기회를 부여하고, 무자녀 신혼의 당첨 기회 확대를 위해 신혼 특공에 추첨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바뀐 규정은 오는 11월 이후 입주자 모집 단지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생애최초·신혼 특공 물량의 30%는 요건을 완화해 추첨으로 공급한다. 지난해 공급실적 기준으로 민영 신혼·생애최초 특공 물량이 약 6만가구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추첨제가 적용되는 물량은 약 1만8000가구(신혼 1만2000가구, 생애최초 6000가구)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공공택지 특공 물량의 9%에 달한다. 총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추첨 물량도 증가한다.
현재 혼인했거나 자녀가 있는 가구만 신청할 수 있는 생애최초 특공에는 1인 가구도 청약을 허용한다. 단 1인 가구는 60㎡ 이하의 주택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생애최초 특공은 주택소유 이력이 없고, 5년 이상 소득세를 납부했으며,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최대 160% 이하인 자에게만 공급한다. 하지만 '혼인 중'이거나 '유자녀 가구'로 자격을 한정해 1인 가구는 주택구입 경험이 없음에도 신청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와 함께 현행 소득기준을 초과하는 맞벌이 가구도 신혼·생애최초 특공 청약기회를 제공한다. 현재는 소득기준 160% 이하만 신청이 가능해 대기업·중견기업 맞벌이 부부 등은 신청조차 못한다는 불만을 고려한 조치다. 3인 이하 가족 기준 소득기준 160%는 월 964만8256원 수준이기 때문에 대상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다만 소득요건 160%를 초과하는 가구는 자산기준을 통과해야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이른바 '금수저 특공'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소유 부동산 가액이 3억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청약 신청을 할 수 없다. 시가로 따지면 5억원 정도다.
완화된 요건은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고, 분양주택 공급량의 대부분(약 90%)을 차지하는 민영주택에만 적용된다. 국민주택(공공분양)은 저소득층과 다자녀가구 등에 우선공급하기 위해 배제했다. 이에 따라 공공분양인 신혼희망타운도 이번 개편안과 무관하다.
기존의 신혼·생애최초 특공 대기수요자를 배려하기 위해 물량의 70%는 기존 대기수요자들에게 우선공급하고, 남은 30%는 우선공급에서 탈락한 가구와 이번에 신규로 편입된 대상자를 합쳐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정한다. 내 집 마련 이후 출산을 계획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해 신혼 특공의 30% 추첨 물량에서는 자녀수는 고려하지 않는다.
40~50대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일반공급(가점제) 물량 비중은 그대로 유지한다. 때문에 이번 제도 개편으로 인해 장기간 무주택을 유지한 가구의 청약 당첨 기회 축소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특공 물량 자체가 신혼 등 젊은층에 많이 배정된 만큼 중장년층을 위한 절대적인 분양 물량이 적다는 불만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특공 제도 개편으로 그동안 청약시장에서 소외돼 구축 매매시장으로 쏠렸던 청년층 등의 수요를 신규 청약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즉시 관련규정 개정에 착수해 11월 이후 확대 도입될 민영주택 사전청약부터 청년층 등의 청약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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