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머리카락 두께 500만분의1(0.02nm 이하) 크기의 아주 미세한 차이의 기체 분자를 분리할 수 있는 막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프로판과 프로필렌 등 크기와 끓는 점이 매우 비슷한 고분자 물질들을 분리할 때 에너지 비용을 10분의1로 줄이는 기술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종석 서강대 교수 연구팀이 프로필렌(C3H6)과 프로판(C3H8) 기체 분자를 서로 분리할 수 있는 다공성 금속-유기 골격체 기반 분리막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금속-유기 골격체란금속 이온과 유기리간드 간의 배위결합으로 이루어진 다공성 물질을 말한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것은 ZIF-8(zeolitic imidazolate framework-8)이다. 표면적이 넓고 세공 부피가 큰데다 다양한 기능성 구조를 첨가할 수 있어 흡착제 등에 널리 활용된다.
연구팀은 내부에 초미세 기공을 가진 나노입자가 체(sieve)가 되어 선택적으로 기체 분자를 통과시키거나 차단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아민 조절제를 이용해 금속-유기 골격체로 된 결정성 나노입자의 초미세 기공의 크기를 손쉽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신규 합성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투과도와 선택도가 높은, 즉 작은 프로필렌은 잘 통과시키면서 조금 더 큰 프로판은 통과시키지 않는 최고 수준의 분리성능을 지닌 분리막을 얻는데 성공했다. 아연과 결합한 아민 조절제가 전자분포의 치우침으로 인한 척력을 유도, 나노입자간 뭉침은 막고 고분자와의 친밀성은 높인 결과다.
균일한 크기(60nm)로 합성된 ZIF-8 입자가 골격체를 탄탄하게 해 체거름 기능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상용 고분자 내 고농도 입자함량(>40 wt%)에서도 우수한 분산성 및 친밀성을 나타내었다. 연구팀은 에틸렌과 에탄,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다양한 기체의 분리에도 이 분리막 제조법이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과 합성섬유의 원료로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 역시 에탄으로부터 분리해 얻는데 이 둘 크기 차이 역시 프로필렌과 프로판의 차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분리막을 다공성 지지체에 코팅, 분리막을 대면적화하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과 C1 리파이너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재료물리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달 26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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