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홍성) 정일웅 기자] 90대 치매 할머니의 생명을 구한 백구가 명예 구조견으로 임명됐다. 명예 구조견 임명은 이번이 전국 첫 사례다.
충남도는 6일 홍성 역재방죽공원 의견(犬)상 앞에서 반려견 ‘백구(견령 4세)’를 전국 1호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충남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백구는 지난달 26일 논둑에 쓰러져 있는 A(90대·여) 씨가 구조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구조견이 됐다.
A씨는 치매 환자로 전날 저녁 11시경 집을 나간 이후부터 행적이 묘연한 상태였다.
실종 직후 경찰이 인근 농장에 설치된 CCTV로 A씨를 확인하고 방범대, 마을 주민 등과 함께 주변 수색에 나섰지만 새벽부터 내린 비로 수색은 쉽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이튿날 오후 3시 30분경 서부면 한 들판에 쓰러진 채 백구와 함께 발견됐다.
구조는 실종자 수색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열화상 탐지용 드론에 생체 신호가 포착되면서 가능했다. 저체온으로 감지되지 않던 A씨 대신 백구의 체온이 드론 화면에 포착된 덕분이다.
특히 도와 경찰은 백구가 A씨의 곁에 머무르면서 체온을 나눈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구조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 건강을 회복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A씨와 A씨 가족은 3년 전 유기견이던 백구가 큰 개에게 물렸을 때 도움을 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또 함께 생활하는 동안에는 A씨를 유독 잘 따랐다는 후문이다.
한편 소방청은 지난해 4월 ‘명예소방관 및 소방홍보대사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사람과 동물 등을 명예 소방관으로 위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백구는 이와 관련된 규정으로 임명된 전국 1호 명예 119구조견이 됐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백구는 믿을 수 없는 기적으로 감동을 선사했다”며 “백구가 보여준 것은 주인에 대한 충심이고 사랑을 넘어선 인간의 효(孝)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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