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배임·횡령 등의 범죄로 유죄판결은 받은 사람은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법무부장관 승인 없이는 5년간(집행유예의 경우는 2년간) 취업할 수 없게 돼있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 범위는 시행령 제10조에 규정돼 있다. 2020년 말 개정된 시행령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배임죄 등으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를 포함시켰다. 자기가 투자하거나 재직했던 회사를 염두에 둔 것인 이 규정은 위헌이다. 먼저, 배임죄를 저질러도 자기회사에 반드시 손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위반이다. 법원 판결이 아닌 대통령령인 시행령에 자기가 투자한 회사에 경영복귀까지 막아, 헌법 제15조가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고, 위임입법금지 원칙 위반,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다. 나아가 전과자가 직업을 갖지 못하게 함으로써 생존권을 박탈할 위험이 있으니 헌법 제34조가 정한 생존권적 기본권 침해고, 행복추구권을 정한 헌법 제10조 위반이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느냐를 두고 세간에 말이 많다. 언론은 "출소한 이재용 삼성 서초사옥 직행…사실상 경영 복귀 선언"이라 썼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 부회장의 행보는 취업제한 규정에 위배되므로 시민사회단체들과 논의해 고발하겠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취업제한 위반 혐의로 이 부회장을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해, "취업제한 위반은 더욱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 복귀 선언'이라고 한 것 자체가 틀린 사실이다. 그는 2019년 10월 26일 사내이사 임기만료 퇴임 이후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등기 임원은 물론, 미등기 임원도 아니다. 회사서 월급을 받지도 않고, 결제라인에 있지도 않아 도장 찍을 일도 없다. 다만 남들이 '부회장'이라 칭하고 있으나, 회장·부회장 등의 명칭은 법률상 명칭이 아니고, 상법에도 존재하지 않는 용어다. 회사에 따라 정관에 이런 직책을 두기도 하나, 2016년 개정 삼성전자(주) 정관에는 '회장' 또는 '부회장'이라는 공식 직책이 없다. 이 부회장이 경영진과 미팅을 한 것은 대주주 자격으로 경영진과 대화한 것일 뿐이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 부회장이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 상태로 경영활동을 한다면 취업제한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전향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간혹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자기 회사에 복귀한 사례도 있긴 하나, 이 부회장이 구차하게 경영복귀 승인신청을 낼 것 같지는 않다. 시시때때로 법정 출석까지 해야 한다. 따라서 당분간 실업 상태로 지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의 범죄 성립 자체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어떻든 법원의 판결에 따라 죄값을 치르고 가석방된 멀쩡한 기업인을 실업자로 만들어 활동을 가로막는 이 위헌적 시행령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가석방의 효과가 몰각됐다. 국무총리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편협한 접근 안 된다"면서 이 부회장의 조속한 경영 복귀를 지지한다고 했다. 립 서비스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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