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열심히 공부해 들어왔는데…날벼락" 인하대 학생들 '한숨'

인하대·성신여대 등 일반 대학 52곳
교육부 일반재정지원 대학서 탈락
"부실대 오명 어쩌나", "불공평해" 학생들 토로
인하대 측 "이번 진단 결과 수용할 수 없어"
"자구노력 통해 결손 만회할 것"

인천 인하대 용현캠퍼스 정문 앞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인천 인하대 용현캠퍼스 정문 앞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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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탈락 결정이 번복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솔직히 억울한 감이 크죠."


교육부가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기본역량진단) 가결과를 최종 확정한 3일 오전, 인천 인하대 용현캠퍼스에서 만난 건축학과 김모(25) 씨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는 "이번 결정 때문에 우리 대학이 '부실대학'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게 생겼다. 설령 인하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 수준의 대우를 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너무 불공평하지 않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기본역량진단 최종 확정안에서 인하대, 성신여대 등을 포함한 대학 52개교가 탈락했다. 이에 따라 이들 대학 52곳은 일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의 진단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자세한 평가 내역을 공개하라고 촉구하는가 하면,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가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응도 나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대 등 일반대학 136곳은 정부로부터 연간 평균 48억3000만원, 전문대학 97곳은 평균 37억5000만원의 일반재정지원을 받는다.


3일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하대 캠퍼스 내부는 인적이 드물었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3일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하대 캠퍼스 내부는 인적이 드물었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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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최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같은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대학들을 선정했다. 이번 평가는 성과, 교육여건, 수업 및 교육과정 운영 및 부정, 비리 점검을 통해 감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재정지원에서 탈락한 인하대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교육부는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규원 구조개혁위원장은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본역량진단이 공정하고 타당하게 실시됐음을 재확인했다"며 "최종 결과는 기존에 발표한 가결과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탈락한 대학은 오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재정을 지원받고, 학생 정원을 적정 규모로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부실대학 낙인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평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분노를 쏟아내는 이들도 있었다.


일반재정지원 대학 탈락 결정에 대해 항의하는 '과잠 시위' 진행 뒤 수거 알림문.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일반재정지원 대학 탈락 결정에 대해 항의하는 '과잠 시위' 진행 뒤 수거 알림문.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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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관 휴게실 앞에서 만난 공과대학 3학년생 최모 씨는 "슬슬 취업 활동을 할 시기가 왔는데, 정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며 "나중에 이력서를 낼때 면접관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면 어쩌나 싶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건축학과 재학생은 "솔직히 인하대가 진짜 지방 부실대학 만큼 경쟁력이 없는 학교가 아니지 않나. 명문대 수준은 아니더라도 나름 상당한 경쟁력이 있는 곳"이라며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재정지원에서 탈락했다고 하면 납득이 안 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에브리타임', DC인사이드 '인하대 갤러리' 등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원색적인 분노가 이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인하대 이제 망한 거냐",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왔는데 졸지에 부실대학 학생 됐다" 등 자조하는 글을 게재하는가 하면, "갑자기 장학금이나 편의 혜택이 줄어들면 어떡하나"라고 불안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오전 '2021 대학 기본 역량진단 공정심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본관 대강당 좌석에 학생들의 학과 점퍼가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전 '2021 대학 기본 역량진단 공정심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본관 대강당 좌석에 학생들의 학과 점퍼가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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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개강한 인하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현재 대부분 수업을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내에 대규모의 인원이 몰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인하대 학생들은 이른바 '과잠 시위'로 자신들의 분노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달 21일 인하대 재학생들은 본인이 소지한 대학 점퍼(과잠)를 본교 캠퍼스 본관 및 대강당에 걸어 전시하는 방식으로 교육부의 결정에 항의를 표했다. 당시 시위는 같은달 27일까지 이어졌다.


인하대 측은 "이번 평가의 부당함에 대해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측은 "우리 인하대는 각종 객관적 정량지표로 검증된 우수한 교육 여건과 실적, 우수한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 기본역량평가와 거의 동일한 기준의 ACE+ 사업 등 각종 평가에서 검증됐다"면서 "오늘 교육부가 발표한 진단 최종 결과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저희는 지속적으로 이번 평가의 부당함에 대해 항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연간 4500억원이라는 예산을 운영하고 있는 인하대는 이번 결과에 따라 발생하는 결손을 자구노력과 함께 재단, 교내 구성원, 총동창회 및 지역사회와 협력해 만회할 것"이라며 "특히 교육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늘림으로써 학생의 교육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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