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경매3계. 중구 충무로역에서 약 200m 거리에 위치한 2층짜리 상가 건물이 경매에 나와 2억4888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1억4766만원인 이 상가는 응찰자가 22명이나 몰려 입찰경쟁이 치열했다. 낙찰자는 A씨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68.55%까지 올라갔다.
최근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법원 경매 시장에서 상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임차인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빈 상가는 늘고 있지만 경매시장에서 투자 수요가 몰려들면서 과열을 빚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2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상가(점포·주상복합상가·근린상가) 경매 낙찰가율은 124.6%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평균 응찰자 수는 3.75명으로 올 들어 월간기준 5월(4.8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서울 상가 월별 낙찰가율은 지난해 1월 109.3%까지 오르며 당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급속도로 확산돼 상가가 타격을 입으면서 하락세를 보였고, 같은해 11월 75.5%까지 떨어졌다. 서울 상가 낙찰가율은 지난 1월 96.3%를 기록하며 올 들어 다시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지난달 사상 최고치인 124.6%까지 크게 올랐다.
이는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가 투자자들이 경매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상가 공실률이 크게 늘면서 어려움을 겪는 건물주가 늘고, 주요 상권에서 위치한 매물이 저렴하게 경매로 나오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토지나 건물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투자수익률도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분기 업무·상업용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보다 높게 나타났다. 올 2분기 기준 ▲오피스 2.15%, ▲집합상가 1.78%, ▲중대형 상가 1.75%, ▲소형 상가 1.56%를 기록했다. 투자수익률은 임대료 등 부동산 운영에 따라 발생하는 소득수익률과 부동산 가격 증감에 의한 자본수익률을 합한 개념이다.
대출과 세금 등 각종 규제가 주택 시장에 집중되면서 투자 수요가 상가 시장으로 몰린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상가는 감정가액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주택에 비해 세금 부담도 크지 않아 최근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임차인이 어려운 것과 별개로 상가 건물의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경매시장에서도 투자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아파트나 빌라 같은 주택시장보다 규제가 더 자유롭다보니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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