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주요 식재료들의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다가온 추석의 명절 상차림 장만에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폭염과 태풍에 코로나19 확산까지 장기화되면서 천정부지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해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와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계란과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고, 쌀과 소고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 역시 공급 감소로 가격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탓이다. 코로나로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틈을 타 수입육 가격마저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쌀(20㎏) 평균 소매가격은 6만1277원으로 지난해 8월 5만2366원보다 17.0% 올랐다. 한우등심(100g) 역시 같은 기간 1만1957원에서 1만3073원으로 9.3% 뛰었고 삼겹살(100g)도 2376원에서 2590원으로 상승했다. 연초부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계란(30개) 값은 5229원에서 6983원으로 33.5% 급등세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과일 값 역시 들썩이고 있다. 사과(10개)는 3만1496원, 배(10개)는 5만2763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8%, 66% 급등했다. 시금치(1㎏)는 1만4794원에서 2만4531원으로 65.8% 급등했다.
가격 급등의 요인은 공급 부족 때문이다. 마장동 축산물시장 상인 조모 씨는 "소, 돼지 사료 값이 크게 오르고 그 와중에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번지면서 한우는 물론 돼지고기 가격이 일년 새 10% 이상 올랐다"며 "코로나 이후 수입육마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손질된 LA갈비의 경우 지난 설 명절 1㎏에 2만5000원 하던 것이 지금은 3만8000원까지, 요즘 인기가 많다는 토마호크는 올 봄 3만5000원 하던 것이 지금은 6만5000원까지 급등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는 추석물가 안정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계약재배 농가 확대, 거래지역 다변화 등을 다각도로 시도 중이다. 추석을 앞두고 수확 시기에 따라 각사 저장고, 물류망에 상품을 비축했다가 급등 시 기존 가격으로 내놔 가격 안정화를 꾀한다.
계란의 경우 급등한 도매가 안정을 위해 정부 지원, 마트 최소마진 정책을 통해 시중 가격 대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에선 현재 계란 30구(특란)를 정상가 6600원, 행사가 6000원 수준에 판매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8% 상승에 그친 셈이다. 여타 대형마트들도 마진을 최소화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체 산지 발굴, 비용 투자, 제휴 카드 활용 등을 통해 명절 기간 가격 조정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가격 방어선'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최소마진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손님이 뚝 끊긴 전통시장은 지난해 추석보다 선물용 농산물 물량을 줄이는 분위기다. 그나마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이 빨리 지급돼 일시적이나마 숨통을 틔우길 기대하고 있다.
서울 광장시장 D청과 사장은 "원래 이맘 때쯤이면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고객들이 시세도 묻고 어떤 과일 구성이 좋은지 알아보시는데 올해는 문의전화마저도 거의 없다"며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어떤 상품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가늠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선물용 한과를 판매하는 상인 김모씨는 "고향이나 친척집을 방문해야 뭐라도 하나 더 살 텐데 모임이 금지되다 보니 서로 안 받고 안 주는 분위기가 돼 가는 것 같다"며 "지원금이라도 더 늦지 않게 나와 시장에 오가는 손님이라도 많아지면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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