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돼 확산되는 양상을 측정한 고해상도 지도를 제작해 이를 토대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를 확인했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은 박만성ㆍ김윤기 고려대 교수, 백대현 서울대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 -CoV-2)의 감염 후 시간에 따른 번역체 및 전사체의 양상을 측정한 고해상도의 지도를 제작했다고 25일 밝혔다. 전사체는 유전정보가 담긴 유전체에서 전사되는 RNA 총체, 번역체는 전사체를 해독하여 단백질을 생산하는 번역과정의 종합적인 양상을 말한다.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돼 인체 내에서 자기 복제를 통해 확산되는 지 이해하는 게 필수다. 즉 병태 생리를 이해하고 바이러스 유전자의 발현의 원리를 밝혀야 하며, 감염 후 인간 및 바이러스 유전자 발현 패턴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스파이크 같은 특징적인 구조 단백질과유전체를 숙주에 퍼트리기 위한 복제 단백질 등에 대한 정보를 담은 12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들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을 만드는 중간과정인 전령RNA(mRNA)를 만드는 전사과정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령RNA로부터 단백질이 생성되는 번역과정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감염 후 시간에 따른 숙주와 바이러스의 유전체 발현의 변화를 측정한 데이터도 부족해 병리학적 기전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후 다양한 시간대에 걸쳐 인간 세포 및 바이러스 유전체의 번역 및 전사 양상을 측정하고 대규모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ㆍDNA 혹은 RNA 서열을 대규모, 고속으로 분석하는 기법) 데이터를 얻는 데 성공했다. 또 이렇게 얻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번역체 지도를 토대로 바이러스의 단백질 생성 효율을 조절하는 인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TIS-L(translation initiation site located in the leader)이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TIS-L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백신의 주요 표적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비롯한 바이러스 단백질들의 번역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침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인간 유전자의 발현 패턴 변화를 분석해 바이러스 감염 후 시간에 따라 서로 유사한 발현 양상을 보이는 유전자 집단을 탐지하기도 했다. 감염 초기에는 세포 스트레스와 관련한 유전자들이, 후기에는 면역 반응과 관련한 유전자들이 크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감염기작 및 병태생리의 이해를 돕는 한편 TIS-L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 연구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25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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